가계 여윳돈 쌓여도… 지갑 더 굳게 닫았다

1분기 소비성향 72%… 사상 최저
월소득 451만원 지출은 350만원
가구당 흑자 첫 100만원 돌파
지니계수 0.302 8년래 최저 수준
소득분배 지표는 다소 개선 추세

경기한파에 가계 소비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소득이 늘어나도 가계는 고소득층이나 저소득층 가릴 것 없이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지난 1분기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소득에 대한 소비의 비율)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가뜩이나 올 들어 수출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처럼 내수침체까지 장기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우려해 왔던 저성장 고착화가 목전의 현실로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계청은 22일 ‘2015년 1분기 가계동향’에서 1분기 가구당 평균 소비성향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줄어든 72.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관련 통계가 전국 단위로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1분기 기준으로 최저치다. 

1분기 기준으로 2011년(78.2) 이후 4년 내리 감소세다. 평균소비성향은 모든 소득분위에서 하락했다. 2분위(-3.1%포인트)가 가장 낙폭이 컸다. 이는 가계가 번 돈에 비해 지출이 별로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구당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은 366만8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다. 분기 가계 흑자액은 101만50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만원을 돌파했다.

올 1분기 전국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1만7000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 증가했고, 물가상승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2.0% 늘었다. 근로소득(3.8%), 이전소득(10.4%), 재산소득(17.9%)이 증가했으나 사업소득(-4.6%)은 감소했다. 주환욱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최근 취업자가 늘고 임금이 상승하면서 (가계소득 비중이 가장 큰) 근로소득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소득 분위별로는 가장 저소득층인 1분위(7.6%)에서 소득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3분위(2.1%)와 4분위(2.0%)는 다소 낮았다.

하지만 가계는 지갑을 닫고 있다.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1분기에 350만2000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0.2% 느는 데 그쳤다. 소비지출은 265만3000원으로 작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비소비지출은 84만9000원으로 1.0% 증가했다.

서운주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유가 하락으로 지출이 준 부분이 상당했고 고령화 진행으로 전반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며 “다만 유가를 제외하면 소비지출은 약간 반등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지출의 주요 항목별로 주로 음식류와 주거, 보건 항목에서 지갑을 연 반면 의류와 통신비, 교육비 등에서는 지갑을 닫았다. 담뱃값 인상 여파로 담배 지출은 1만7000원으로 10.3% 증가했다.

다만 소득분배 지표들은 개선되는 추세다. 2014년 전체가구에 대한 지니계수는 0.302였다. 전체가구 통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작년과 같았다. 지니계수는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가를 나타낸다.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1분위(하위 20%) 계층 대비 5분위(상위 20%) 계층의 소득을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은 5.41배다. 2006년 5.38배를 기록한 이래 8년 만에 최저치다.

중산층(중위소득 50∼150%) 비중은 60.2%로 전년(60.1%)보다 0.1%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작년 전체 가구에 대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14.4%로 2013년보다 0.2%포인트 줄었다.

세종=박찬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