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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황 후보자의 '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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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2 21:08:25 수정 : 2015-05-22 22: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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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통치는 공공의 질서, 안보를 내세우며 적이나 반대파를 제압하는 행태를 뜻한다. ‘물태우’로 불리던 노태우 대통령이 1989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든 카드다. 여소야대라는 불리한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검찰이 국가보안법이라는 탱크를 몰고 전면에 나섰다. 국가보안법은 평민당 김대중 총재 주변사람들을 무력화시킨 무시무시한 무기였다. 그때 이념문제를 주로 다루던 검사가 공안검사다. 국가보안법이라는 내시경을 사람들의 머릿속에 밀어넣어 마음이 순결한지를 파악하는 게 주업무였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도 잘나가던 공안검사였다. 서울지검 공안2부에서 학원을 담당했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내정되자 야당이 “공안통치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21세기에, 그것도 세계 경제 10대국을 넘보는 한국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황당하다. 공안통치, 공안정국 등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용어다. 과장된 표현으로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야당의 언어감각은 고리타분하다. 20∼30대 청년들은 낡아빠진 이 말뜻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야당의 공격은 급소를 찌르지 못한다.

황 후보자는 법치주의자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법만능주의자에 가깝다. 내정 일성에서도 그랬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고,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법의 관점에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말인데, 조금 걱정이 된다. 법가의 원조인 한비자의 법치는 인간을 성악설의 관점에서 보는 데서 출발한다. 인간은 성욕, 식욕, 소유욕과 같은 욕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강제로 제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총리가 국민을 길들여야 하는 존재로 보면 곤란하다.

중국이 법치로 소란스럽다. 시진핑 주석이 내세운 구호는 ‘의법치국(依法治國)’이다. 해외로 도망친 기업인 출신 여우도 잡고 큰 권력을 누린 호랑이를 때려 잡는 중이다. 하지만 한계를 지킨다. 법치만능주의는 아니다. 중국에서는 법만 내세우면 법비(法匪)라거나 법치(法痴)라고도 한다. 법만 알면 고지식하고 인간미가 떨어지며 사회가 각박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콴시문화가 발달했다.

법치는 중요하지만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시대가 아니다. 법치주의는 진시왕 때가 전성기였다. 흘러간 노래인 것이다. 황 후보자는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법치(法治)와 법치(法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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