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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열의경제수첩] 한국경제, 금리 내리면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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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2 21:09:46 수정 : 2015-05-22 21: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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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입김에 떠밀린 통화정책 실패 십상
금리에 기댄 처방전 약발이 먹힐지 의문
올해 기준금리는 최소한 한 번은 더 내릴 것 같다. “그래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다. 그간의 금리인하 패턴에서 체득한 예감일 뿐이다. 정부 사이드에서 군불을 지피고 전방위적으로 압력을 높이면 한국은행은 떠밀리듯 금리를 내리는 패턴이 되풀이돼 왔다.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연 2.75%였던 기준금리는 그렇게 네 차례에 걸쳐 인하돼 현재 1.75%라는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군불은 다시 지펴졌다. 지난 20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0%로 낮추면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암시했다. 3%도 그나마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조개혁 등의 전제도 있었으나 결국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올해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란 비관론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주문한 셈이다.

한은이 그간 외부 압력에 떠밀려 억지로 금리를 내렸다고 보는 건 억측일 것이다. 금리 결정은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한은의 고유권한이자 책임이다. 총재를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 금융통화위원회는 외부의 그 어떤 전문가보다 경제상황 전반에 대한 깊고 폭넓은 이해와 고민의 과정을 거쳐 금리를 결정해야 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는다. ‘감 놔라, 배 놔라’식의 외부 간섭에 대해 한 금통위원은 사석에서 “그들이 우리만큼 경제상황을 면밀히 워치하고 분석하면서 그런 얘길 하는가”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적이 있다. 참견하려거든 공부부터 하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실제와 대중의 인식 사이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네 차례의 금리인하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중의 인식은 ‘외압에 의한 금리인하’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말 한은 출입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한은 10대뉴스’의 톱기사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척 하면 척” 발언이었던 것은 상징적이다. 이주열 총재와 와인을 함께 한 뒤 “금리의 ‘금’자도 얘기하지 않았지만 척 하면 척”이라고 얘기한 건데, 이 발언은 한은의 독립성을 불신의 프레임에 단단히 가뒀다. 한은으로선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외압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금리정책이 ‘올 오어 너싱’의 게임은 아니다. 어느 방향이든 금리를 조정하면 좋은 영향도, 나쁜 영향도 있다. 원론적으로 금리를 내리면 돈이 더 풀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물가를 끌어올리고 버블을 키우는 부작용도 동반하는 식이다. 그래서 금리정책은 긍정과 부정의 효과를 모두 고려해 효용이 좀 더 큰 쪽으로 결정하는 정교하며 미묘한 작업이어야 하는데, 이를 ‘올 오어 너싱’의 게임으로 몰고 가는 단세포적 사고가 외풍을 타고 넘실대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이런 속성 때문에 금리정책에서 ‘절대 불가’란 주장과 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 컵에 물이 반이면 반이 차 있다고 볼 수도 있고, 반이 비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과 같다. 외압에 실린 단순한 사고가 금리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속성 때문일 것이다. 2013년 5월 금리인하 후 한 금통위원은 “정부가 의욕적으로 경기부양을 해보겠다는데 한 번은 내리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공감은 있었다”고 말했다. 금리결정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했음을 실토한 것이다.

그래서 뭐가 문제냐고? 과정이 어떻든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면 무슨 문제이겠는가. 그러나 숱한 역사가 증명하듯 권력의 힘에 의해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이 무시된 통화정책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작금 한국 경제는 수출도, 내수도 활력을 잃어가는 형국이다. 금리를 내리면 달라질까. 박승 전 한은 총재는 냉소적이다. “금리 내리고 돈 풀어 경제가 살아날 것 같으면 뭐가 걱정이냐”고 했다. 마침 그제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한국의 노인층 빈곤율은 49.6%로 회원국 중 최고다. OECD 평균은 12.6%다. 노인 빈곤은 고령화, 양극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다. 금리에만 기대는 처방전으로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금리인하, 무조건 효과있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장담이 오히려 불안한 이유다.

류순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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