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불교에 심취했던 헤세 싯다르타 구도의 길 그리다

입력 : 2015-05-23 02:55:33 수정 : 2015-05-23 02:55: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 2차 대전 겪은 유럽의 ‘정신적 빈곤’
인간성 중시 동양사상서 치유 모색
인도 브라만 계급의 청년 싯다르타
스스로 깨달음 찾아가는 과정 담아
헤세의 고전작품 새로 번역해 출간
헤르만 헤세 지음/이옥용 옮김/보물창고/1만원
싯다르타/헤르만 헤세 지음/이옥용 옮김/보물창고/1만원


새로 번역돼 나온 ‘싯다르타’는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Herman Hesse·1877∼1962)의 불교 소설이다. 제1 계급인 브라만의 청년 싯다르타의 구도 과정을 그렸다. 내용은 2500여년 전 석가모니의 구도 일대기와 흡사하다.

헤세는 인간 내면의 변화를 통해 자아실현을 추구했던 작가다. 이런 이유에선지 헤세는 서구 작가들 가운데 유난히 동양사상에 애착을 보였다. 그가 무명작가이던 1922년 출간된 ‘싯다르타’는 인도를 배경으로 한 유럽의 소설 중에서 가장 고전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헤세는 기독교 집안 출신이지만 불교에 심취했다. 기독교 선교사로 인도에 파견된 부모 덕에 유년 시절부터 인도 문화와 동양사상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다. 헤세가 작가로 활동한 때는 불행한 시대였다. 1, 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 전체가 정신적인 빈곤으로 몸살을 앓던 시기였다. 그는 ‘1차대전으로 유럽 문화가 붕괴됐다’고 비판했다.

헤세는 전쟁에 따른 유럽인들의 상실감과 좌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로 동양사상을 제시했다. 18∼19세기 계몽주의 영향으로 이성과 경험을 중시하던 당시 유럽의 한계를 인간성을 중시하는 동양사상으로 치유해보고자 한 것이다. 헤세가 그 결과물로 내놓은 것이 ‘인도의 문화’라는 부제목이 달린 ‘싯다르타’다.

전쟁의 와중에 출간된 소설은 호평을 받았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1000만권 이상 팔렸다. 전쟁의 트라우마로 고통받던 유럽 지식인들을 위로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헤세는 소설 말미에 “전쟁의 유일한 효용은 바로 사랑은 증오보다, 이해는 분노보다, 평화는 전쟁보다 훨씬 더 고귀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것뿐이다”고 썼다.

싯다르타는 뛰어난 두뇌와 어진 성품, 출중한 외모를 갖춘 청년이었다. 훗날 브라만의 우두머리로 우뚝 설 꿈나무로 인정받았다. 석가모니의 청소년 시절을 연상시킨다. 싯다르타는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지만 삶의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엄격한 신분제도인 카스트와 종교, 신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싯다르타는 구도의 갈증을 이기지 못하고 길을 떠난다. 탁발승을 만나 감각적인 쾌락을 억제하고 명상, 사색, 단식을 하는 법을 배운다. 창녀 카밀라와 상인을 만나선 먹고 마시고 즐기며 물질세계의 기쁨을 향유한다. 그래도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물이 하나로 모이는 거대한 강에 이른다. 싯다르타는 마침내 관념과 물질을 초월한 단일성(單一性)의 가르침을 얻는다. 지상의 삶과 죽음을 포함한 모든 대립되는 현상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헤세는 자아실현을 창작의 화두로 삼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1906년작 ‘수레바퀴 밑에서’는 청소년기 그의 열정과 정신적 방황을 묘사한 소설이다. 1919년작 ‘데미안’에서도 자아 발견을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소년의 모습을 그렸다. 1943년 헤세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는 나치시대와 관련이 있다. 나치의 광기로 인한 야만의 시대를 타파하기 위해 유토피아적 세계를 갈망하는 내용이다. 불교사상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헤세는 1946년 괴테상을 받았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