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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반찬 남기면 5만원…대학 축구부 '황당한 벌금제'

입력 : 2015-05-21 18:41:07 수정 : 2015-05-29 13: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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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축구부의 ‘황당한 벌금제’…내부기강 확립 이유 코치가 걷어…30명 부원 월평균 150만원 달해…별도로 간식비·물값까지 내지만
‘오뎅국 남기면 5만원, 오징어채 남기면 3만원.’

감독이 논문을 대필로 작성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고도 직위를 유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경희대 축구부에서 이번에는 코치가 식사시간에 반찬을 남긴다는 이유로 선수들에게서 한 달에 백만원 이상씩 수년간 벌금을 거둔 사실이 드러났다. 코치는 벌금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있어 ‘공개적 갈취’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1일 경희대 축구부원들과 체육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축구부 동계훈련 중 전남 순천의 한 식당에서 김모 코치는 오징어채를 남긴 테이블에 부원마다 3만원의 벌금을 걷었다. 당시 오징어채를 남긴 테이블은 총 4개 테이블로 16명이 낸 벌금은 모두 48만원이었다.

벌금을 낸 축구부원 A씨는 “김 코치가 어묵과 국을 남긴 사람, 오징어채를 남긴 사람에게 각각 3만원의 벌금을 거두라고 해 어쩔 수 없이 벌금을 냈다”고 말했다.

경희대 축구부의 황당한 ‘반찬 벌금제’는 우승컵을 안은 지난 4월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도 계속됐다. 통영 훈련 때 반찬을 남긴 2개 테이블의 축구부원 8명은 또다시 5만원씩 총 40만원을 벌금으로 냈다.

경희대 축구부는 이 같은 방식으로 2013년부터 내부기강을 잡는다는 이유를 들어 훈련시간에 지각을 하거나 식사시간에 반찬을 남길 경우 벌금을 걷은 것으로 드러났다. 30명의 부원에게서 걷은 벌금은 한 달 평균 150만원에 달했고, 주장을 거쳐 김 코치에게 전달됐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은 매달 평균 5만∼10만원의 황당한 벌금을 내고 있지만 정작 이 벌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축구부원 B씨는 “벌금을 가져가지만 어디에 쓰이는지 전혀 모른다”며 “얼음찜질을 위해 필요한 랩도 개인 사비로 사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선수들은 벌금과는 별도로 분기마다 간식비와 물값 명목으로 70만원씩 내고 있지만 선수들은 기자에게 “간식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고 전했다.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축구부를 그만두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만 4월에 2명, 5월에 1명이 축구부를 떠났다.

김 코치는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20일 오전 급하게 축구부원들을 모아 “벌금은 유니폼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며 “(돈이 모자라니) 추가로 1만원을 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의 한 관계자는 “벌금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축구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듣고 해결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논문대필을 사주한 혐의로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축구부 김모(48) 감독이 아무런 징계 없이 감독직을 유지한다는 지적 〈세계일보 5월15일자 8면 참조〉과 관련해 김 감독의 징계를 위한 국제캠퍼스 인사위원회를 오는 26일 열겠다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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