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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0만년 전 신비의 동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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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1 18:49:31 수정 : 2015-05-21 20: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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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유산 팔라완 ‘지하강’을 가다
지하강으로 들어가는 동굴 입구.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강물 위로 보트를 타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신비스러운 석회동굴의 자태가 펼쳐진다.
방카를 타고 15분 정도면 지하강 인근 해변에 도착한다. 
사방해변에서 지하강을 잇는 필리핀 전통배 ‘방카’.

여기서 5분 정도 밀림을 헤쳐나가면 강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이곳을 처음 찾은 여행객들은 이 지하강 입구에서부터 ‘와!’하고 탄성을 지른다. 

우거진 밀림 사이로 흐르는 에메랄드처럼 눈부신 초록빛 강물 때문이다. 강물 위에 보트를 띄우고 노를 저어 조금만 올라가면 절벽 아래 입을 벌린 동굴이 나타난다. 드디어 지하강으로 들어가게 된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여기에 동굴 속 가득한 박쥐 울음이 기괴한 분위기를 더한다. 작은 보트를 타고 어둠 속 강물을 헤쳐가면 자신이 ‘인디아나 존스’ 같은 모험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도 든다. 
온갖 기암괴석이 가득한 지하강의 모습. 하나하나가 자연이 만들어놓은 예술품이다.

하지만, 어둠에 두 눈이 익숙해지게 되면 전혀 다른 광경이 나타난다. 석회암 종유석들이 가득한 천연 동굴의 장관이 두 눈앞에 펼쳐진다. 

인간의 손을 전혀 거치지 않았음에도 동굴 속 바위 하나하나는 마치 예술가의 조각품 같은 아름다움을 지녔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 사람들은 동굴 속 바위들에 예수, 마리아 등 종교적 이름들을 다수 붙여놓았는데, 그래서인지 숭고함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지하강 물길을 거슬러올라가는 탐험은 1.5㎞ 남짓으로 끝난다. 이후로는 다시 물길을 따라 입구까지 내려와야 한다. 세계적 자연유산인 지하강을 보전하기 위해 일부분만 일반인에게 개방하기 때문이다. 지하강을 둘러볼 수 있는 인원도 하루에 1200명으로 제한되고, 그나마도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하강의 장관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이 공간이 더 오래 보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상으로 나왔다.
‘지구의 탄소저장고’라고 불리는 맹그로브숲. 새 모양 전통배를 타고 강을 탐험할 수 있다.

지하강을 따라 굽이치며 흐르는 강물을 따라가다 보면 바다에 도달하기 전 우거진 나무들을 볼 수 있다. 바로 맹그로브다. 팔라완에는 이 맹그로브나무로 유명한 숲들이 여러 개 있는데 이들을 탐험하는 것 또한 팔라완 여행의 숨겨진 매력이다. 사방해변에서 푸에르토 프린세사 도심으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산카를로스강에서는 이 맹그로브숲 탐험을 할 수 있다. 새 모양의 전통배를 타고 강 위를 떠다니며 만나는 맹그로브숲의 모습은 그야말로 신비하다. 맹그로브란 열대 지역의 바닷물과 담수가 만나는 습지에 자생하는 나무로 호흡을 하는 여러 개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호흡하는 뿌리가 문어다리처럼 물속으로 뻗어나가 주변의 환경을 정화시킨다. 나무 한 그루가 광합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고, 산소를 뿜어내며, 생태계 보전에 핵심적인 탄소를 저장한다. ‘지구의 탄소 저장고’라 불리는 이 숲들은 지구온난화 방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맹그로브의 뿌리가 물 밑으로, 물 위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이것이 자연의 신비구나’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맹그로브숲은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울창한 밀림과 나무가 만들어내는 깨끗한 물, 공기와 안락한 환경이 생물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고 한다. 푸에르토 프린세사 인근의 이와힉강에서는 맹그로브숲의 생태계가 펼쳐내는 또 다른 장관을 만날 수 있는데, 바로 청정지역의 상징 같은 생물인 반딧불이다. 

깊은 밤, 사공이 저어주는 방카를 타고 맹그로브숲을 조금만 떠다니다 보면 나무에 붙어있는 불빛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모습은 마치 한여름에 만나는 크리스마스트리 같다. 맹그로브숲 위로 펼쳐진 밤하늘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북돋운다. 청정지역인 팔라완의 밤하늘은 너무도 맑아서 마치 별이 쏟아질 듯하다. 
물 위로, 물 아래로 뻗은 맹그로브의 뿌리. 이 뿌리가 주변의 환경을 정화한다.

별빛 아래에서 숲 속으로 흐르는 강을 주유하며 반딧불이의 신비스러운 불빛을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여행객들은 말을 잃는다. 그 이후 다가오는 감정은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절대적인 고요함과 평화로움이다. 팔라완의 자연 속에서 비로소 ‘힐링’이 되는 순간이다.

팔라완=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여행정보

국내에는 아직 팔라완을 연결하는 직항편이 없다. 인천공항에서 필리핀 마닐라를 경유해 푸에르토 프린세사로 가야 한다. 비행시간은 인천에서 마닐라까지 약 4시간, 마닐라에서 팔라완까지 1시간여가 소요된다. 필리핀 국내선 항공은 연착이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에 이동 시간을 넉넉히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 숙박은 푸에르토 프린세사 도심에 깨끗하면서도 저렴한 호텔들이 많다. 주요 명소와 가까운 리조트를 이용하면 좀더 편안한 여행이 가능하다. 이중 지하강 인근 사방해변의 셰리단비치 리조트와 혼다만의 도스팔마스 리조트는 최근 팔라완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각광받는 곳이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 지어진 고급리조트들이지만 비교적 요금이 저렴해 가족여행객들에게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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