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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면죄부' 최차규 공군총장 감사, '감싸기' 논란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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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1 16:34:49 수정 : 2015-05-27 13: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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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차규 총장이 취임식에서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으로부터 지휘기를 받고 있다(자료사진)


국방부가 21일 발표한 최차규 공군참모총장 회계감사 결과가 역풍을 맞고 있다.

“도덕적 ‘갑질’은 있었으나 법률적으로 처벌받을 만한 일은 저지르지 않았다”며 최 총장에게 엄중 경고 조치한 감사 결과를 놓고 군 안팎에서는 ‘면죄부 감사’라는 반론이 거세다.

애초 국방부가 최 총장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할 생각이 없었던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작년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전역한 군 수뇌부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감사 결과로 최 총장은 총장의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됐지만, ‘신뢰의 공동체’라 불리는 군 조직에서 무너진 상호 신뢰와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도덕적 ‘갑질’은 있으나 위법행위는 없다”

감사 결과를 보면 공군은 2013년 12월 7억6500만원을 들여 충남 계룡대의 공군본부 총장실을 2층에서 4층으로 이전하는 1차 공사를 했으나 최 총장 취임 이후 1억8900만원을 들여 보완공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1차 공사 때 이미 시공했던 부분을 재시공해 1400여만원의 예산을 중복투자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사로부터 기증받은 F-35 모형을 올해 초 2차례에 걸쳐 4094만원을 투입해 공군마크와 지휘부 조직도 등을 포함해 설치하는 등 1999만원의 예산을 중복 사용했다.

최 총장의 부인은 군 공식행사 및 사적 목적으로 서울 공관에서는 주 1~2회, 계룡대 공관에서는 월 1~2회가량 관용차를 각각 사용했고, 아들은 홍대 부근의 업무거래처 등에 가려고 10회가량 관용차를 사용했다.

지난해 7월께 최 총장의 부인이 출산을 앞둔 딸의 집을 방문할 때 운전병에게 도움을 요청해 커튼을 달았으며, 수의 장교가 1회 왕진해 최 총장 관사의 애완견을 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최 총장의 아들은 지난해 4월 중 새벽 2시 공관 초병이 문을 늦게 열어준다고 말한 적은 있으나 욕설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총장이 제10전투비행단 단장 재직 시절 370여만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고, 당시 외압에 의해 공군 고등검찰부 수사가 중단됐다고 볼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총장 공관 고가비품 구매 의혹과 관련해서는 “침대는 외국산 옥침대가 아닌 A사의 국산 돌침대고, 오븐은 공군회관 조리부의 요청에 따라 구입한 B사의 국산 가스오븐레인지였고, 은식기는 구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최 총장은 언론 등으로부터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지난달 말 국방부 감사관실에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4일부터 최 총장의 공금 유용에 관한 회계감사를 진행했다. 당초 13일까지 감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16일까지로 늘려 최종 법적 검토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총장의 명예가 감사로 지켜질수 있는가”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의 감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최 총장이 지휘권을 박탈당할 정도는 아닐 것 같다”는 추측이 떠돌았다.

때문에 이번 감사 결과는 군 당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최 총장에게 이런 식의 처분을 내린다면, 작년에 (음주 논란으로) 전역한 신현돈 육군 대장은 국방부는 왜 그렇게 빨리 전역시켰나”라며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군의 수장인 총장의 명예는 감사로 지켜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감사를 통해 최 총장의 명예가 회복됐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SNS를 통해 제기된 공관병의 ‘갑질’ 주장에 대해서도 “공관병이나 운전병은 자신이 모신 분을 자랑스러워하는게 일반적”이라며 최 총장의 리더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강제 수사권이 없는 감사관실이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특히 최 총장이 10전투비행단장 시절 횡령 의혹을 받는 부대 운영비 375만원에 대해서는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 것을 두고 군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군 소식통은 “감사 착수 이후 최 총장이 감사 대응 등에 대한 구두 지시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있다”며 “감사관실이 제대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면 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상처투성이 리더십’, 공군 조직 수습 난망

최 총장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면서 군 안팎에서는 법적 책임이나 의혹의 진위를 떠나 최 총장이 도덕적으로 반성하고 조직을 끌어안는 리더십을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예비역 공군 장성은 “고위급 장교에 대한 루머나 투서는 장군 인사 전에 많이 떠돈다. 하지만 최 총장은 장군 인사가 끝났는데도 투서가 끊이지 않았다. 매우 이례적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8일 최차규 총장 앞으로 보내진 편지. 편지의 발신인은 최 총장에게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각 군 본부가 위치한 계룡대의 특수성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계룡대에서는 총장이 왕이나 다름없다. 그의 명령에 따라 모든 것이 이루어지다 보니 ‘제왕적 리더십’이 탄생하기 쉬운 구조”라며 “자신을 싫어하는 조직 구성원도 다독이며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잡음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 소식통 역시 “나이를 먹고 높은 자리에 오르면 많이 껴안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롭고 힘들어진다”며 리더십 전환을 촉구했다.

최 총장은 최근 일선 비행단을 순시하며 대비태세를 점검하는 등 일상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공군 내에서 총장의 ‘영’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최 총장 논란은 지난해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과 방산비리의 여파로 권오성 육참총장과 황기철 해참총장이 물러나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와 명예가 떨어진 것과 맞물려 군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군인이 군인다움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면 군의 명예와 장군들의 리더십도 바로 서기 힘들다”며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는 군인의 윤리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최 총장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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