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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부골탑세대’ 얼굴에 먹칠하는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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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18 21:33:42 수정 : 2015-05-19 01: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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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유산 남기는 정치 공무원연금·국민연금 논란은 파렴치한 ‘약탈 복지’
부모 희생으로 큰 세대 아들딸에게는 약탈 정신 물려주자는 건가
일찍이 이런 난장판은 없었다. 이기(利己)가 하늘을 찌른다. 공무원연금, 나라 미래는 안중에 없는지 대수술을 거부한다. 국민연금, 아들딸 세대야 어찌되든 “당신 배를 불려주겠다”며 사탕발림 말을 쏟아낸다. 낯부끄럽지도 않은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향후 65년간 미래 세대의 추가 세 부담은 1702조원에 달한다.”

‘개혁 같지도 않은’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 뒤끝에 나온 국민연금 소동을 둘러싸고 청와대가 내놓은 반박이다. 야당은 “공포 마케팅”이라고 소리쳤다. “보험료를 왜 세 부담이라며 미래 세대에 겁을 주느냐”고 했다. 장관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연금 전문가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맞섰다. 야당을 향해 “은폐 마케팅을 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누구 말이 맞을까. 1702조원. 야당 주장대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포인트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맞추면 추가 지급해야 할 연금 총액이 대충 그렇다. 이에 따른 적자를 공무원연금처럼 보전하면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보험료로만 지탱한다면 연금은 2060년쯤 바닥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너도나도 연금을 깨고 가입을 꺼릴 테니 고갈 시기는 수십년 앞당겨질 수 있다. ‘세 부담’이라는 말은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곳간이 바닥난 뒤 어떤 형태의 연금도 주지 않는다면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아들딸 호주머니를 쥐어짜 빼앗아야 할 돈의 액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세금이든, 세금이 아니든 아들딸 세대는 짐을 떠안는다. 하늘에서 감이 저절로 떨어지는 법도 있는가.

국민연금 적립금 470조원. 무슨 뜻을 담고 있는가. ‘현 세대가 자신이 모은 돈으로 늙은 자신을 먹여 살린다’는 뜻을 담은 돈이다. 아들딸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지 않기 위한 마지막 ‘돈 보루’다. 홀딱 털어먹고 나면 어떻게 될까. “연금 곳간이 바닥난 뒤엔 먹지 않고 저세상으로 떠나겠다”면 또 모르겠다. 그럴 수 없으니 아들딸 세대는 ‘저축도 하지 않은 늙은 세대’를 먹여 살려야 한다. 원망이 하늘을 찌를 터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할까. 국민연금이든, 공무원연금이든 보험료를 올리고 지급률을 낮춰야 한다. ‘아들딸에게 빚을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 그것은 흔들려서는 안 될 개혁의 방향이다.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내 배만 불리겠다”고 한다. “네 배를 채워주겠다”고 한다. 이런 난장판이 또 어디에 있을까. 아들딸 등골 빼먹는 것이 시대정신인가. 가소로운 일이다.

우리의 부모는 어땠는가. 주린 배를 참으며 자식을 공부시켰다. 허리가 휘도록 논밭을 일구고 구로공단에서, 시장바닥에서, 열사의 땅에서 피땀을 쏟았다. 한강의 기적? “너희는 나처럼 살면 안 된다”며 뼈가 가루 되도록 일한 우리 부모들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한강의 기적은 곧 부골탑(父骨塔)이다. 희생 없이 번영한 역사는 없다.

강호원 논설위원
‘부골탑 정신’은 어디에 내다 버렸는가. 아들딸 먹을 것을 빼앗는 것이 복지인가. 그것은 약탈이다. 물려줄 것이 없어 ‘약탈 정신’을 물려주겠다는 건가. 그러고도 아들딸 세대가 잘살기를 바라는가.

여의도 정상배가 난장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물음을 던져 본다. 그들이 부골탑 세대를 대표하는가. 결코 그럴 수 없다. 부골탑 세대를 ‘고려장(高麗葬) 치러야 할 세대’로 만들고 있으니.

정치는 거꾸로 가고 있다. 국가부채. 김대중정부에서는 73조3000억원밖에 늘지 않았다. 노무현정부 165조6000억원, 이명박정부에서는 143조9000억원의 부채를 늘렸다. 이명박정부는 분식까지 했다. 12개 대형 공기업의 빚을 187조원에서 412조원으로 키웠다. 현 정부에서도 빚은 늘고 있다. 노무현정부 때 몰염치한 빚 정치의 불을 댕기고, 이후 “나라고 못할쏘냐”며 빚 정치를 일상화했다. 공무원연금, 국민연금의 반개혁적 흐름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썩은 정신’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가. 망한다. 국회 해산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정치인은 왜 한 명도 보이지 않는가.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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