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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도와주세요”… 로힝야 난민의 절규

입력 : 2015-05-15 20:49:10 수정 : 2015-05-15 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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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명 수개월째 해상 표류 미얀마의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 난민 수천명이 동남아시아 바다 위에서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에 처해 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인접국가들이 이들의 상륙을 불허하며 ‘인간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로힝야족 해상난민 문제는 그동안 지중해 난민 문제에 가려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유엔난민기구(UNHCR) 집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출신 난민이 이미 2만5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로 늘어난 수치다. 현재 6000∼8000명가량이 해상에서 표류 중인 것으로 국제 인권단체들은 추산한다.

이들은 조악한 고기잡이 배 위에서 굶주림, 탈수, 각종 질병과 악전고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기자들이 14일(현지시간) 태국과 말레이시아 사이 안다만해에서 표류 중인 난민선에 다가가자 “제발 도와주세요”, “물이 필요해요”라는 절박한 외침이 들려왔다고 한다. 여성과 어린아이를 포함한 수백명이 방수포로 간신히 햇볕을 가린 채 갑판 위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이들은 “3개월째 배 위에 발이 묶여 있다”고 말했다. 그 사이 10명이 숨져 바다 위로 던져졌다. 선장과 선원들은 6일 전 배를 버리고 달아났다.

BBC방송 조너선 헤드 특파원은 “병에 든 자신의 소변을 마시는 사람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며 “물병 등 우리가 갖고 있던 모든 것을 그들에게 던져줄 수밖에 없었다”고 자신이 목격한 참상을 전했다.

이들 난민은 정부의 탄압과 가난을 피해 이주를 시도한 사람들이다. 불교국가인 미얀마 라카인주에 130만명의 로힝야족이 살고 있는데, 정부는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교육과 보건 서비스는 당연히 이들의 권한 밖이고 자유롭게 이주할 권리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군인들과 불교 극단주의자들에게 수차례 학살당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난민캠프로 달아난 로힝야족 20만명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비싼 뱃삯을 주고 난민선을 탄 사람들은 주로 비숙련 일자리가 많고 같은 이슬람권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목적지로 삼았다. 그러나 이들 국가조차 지난주 1500여명의 난민 수용을 끝으로 “더 이상 난민선의 상륙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서양 관광객으로 붐비는 해변에서 난민 문제가 불거지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게다가 말레이시아는 이미 4만5000명의 로힝야족을 포함해 15만명의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인 터다.

완 주나이디 말레이시아 내무차관은 “우리에게 뭘 기대하는가”라며 “그동안 우리 국경을 침범한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해안에 범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태국도 난민들에게 긴급 식량과 물 등을 제공할 뿐 난민선을 영해 밖으로 몰아내고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가 수색·구조 노력을 포기한 채 3각 ‘인간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인접국들이 서로 책임을 미룰수록 상황은 더 악화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동남아 국가들은 해상난민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29일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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