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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천리 길도 묵묵히…그렇게 흘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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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14 19:42:45 수정 : 2015-05-14 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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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창벽산에서 내려다본 금강
공주 창벽산에서 내려다본 금강. 강변의 거대한 절벽인 '창벽(蒼碧)'에 서면 호수처럼 잔잔한 가운데 정중동으로 흐르는 금강을 마주하게 된다.
흔히 충청도 사람들에 대해 ‘여유롭고 편안하다’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같다. 성정이 급한 사람도 있고, 느릿느릿한 사람도 있다. 아마도 충청도 사람의 이런 이미지는 자연이 만들어냈을 것이다. 급격히 솟아오르거나 세차게 휘몰아치지 않는, 어디서나 편안히 제 갈 길을 가는 자연. 그 속에서 사람들은 여유와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곳을 터전 삼아 사는 사람들에게서 그 체취를 맡는다.

금강은 그중 가장 편안함의 향기를 진하게 품고 있는 충청도의 자연이다. 전라도 장수의 신무산에서 발원한 금강은 영동∼옥천∼공주∼부여∼강경 등 충청남·북도를 두루 거쳐 1000리 길을 흐르며 충청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만든다.

충남 공주의 창벽산은 이 금강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다. 공주시내 인근에 위치한 이 산은 그 높이가 277m에 불과하지만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서 많은 이들의 발길을 모은다.

공주시내에서 차로 10여분만 달리면 창벽산이다. 이 산 한편 폭 100m, 높이 25m의 거대한 바위절벽이 바로 금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창벽(蒼碧)이다. 오르는 데는 수고가 필요하다. 인근 등산로를 이용해 20여분이면 절벽에 다다를 수 있지만 경사가 급해서다. 창벽에 오르면 발아래로 평화롭게 흐르는 금강 모습이 펼쳐진다. 
모든 것을 쓸어가듯 거세게 흐르는 물살도 아니고, 급하게 질주하는 물길도 아니다. 강은 눈 아래 대지를 감싸듯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그 흐름이 완만하고 평화롭다. 옛사람들은 거세지 않게 조용히 흐르는 그 강을 ‘호강(湖江)’이라고까지 불렀다. 호수를 닮은 강이란 의미다. 이곳은 푸른 하늘 아래로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모습도 장관이지만 붉은 석양 속에 금강이 붉게 물드는 풍경도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창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청벽대교의 야경도 일품이다. 공주를 찾게 되면 어느 시간이라도 가볼 만한 명소다.
고마나루 곰사당으로 향하는 노송 숲.
금강은 창벽산을 찾은 여행객들에게 아름다운 자태를 펼친 후 급히 남으로 휘돌아 공주의 중심부를 향한다. 이 강이 도달하는 곳이 공주시내에서 4㎞ 정도 떨어진 ‘고마나루’다. 곰의 영혼이 잠들어있는 나루터란 이름 그대로 이곳에는 인간을 사랑한 곰에 대한 전설이 깃들어 있다. 암곰이 한 어부를 사랑하게 돼 결국 부부의 인연을 맺어 자식까지 두었지만, 그에게 버림받자 새끼들과 함께 금강에 빠져 죽었다. 
고마나루의 곰사당. 인간을 사랑하다 목숨을 잃은 곰을 기리는 사당으로 나루터를 지나는 여행객들의 안전을 비는 곳이기도 했다.
이후 이 강에서 배가 뒤집히는 사고가 잦았는데 마을 사람들이 곰에게 바치는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내자 강이 잔잔해졌다고 한다. 지금도 고마나루에 가면 이 곰사당을 만날 수 있다. 한때 사라졌던 것을 1970년대 복원한 것으로 고즈넉한 노송 숲 사이의 작은 사당이 인상적이다. 금강의 수신(水神)에게 제사를 지내던 웅진단(熊津壇)터도 고마나루 강가에 남아있다.

곰의 영혼에 의탁해서라도 고마나루의 안전을 빌었던 것은 이곳이 당시 충청도 지역의 교통 요지였기 때문이다. 불과 100여년 전만 해도 고마나루는 각종 문물과 사람이 북적이던 큰 나루였다. 삼국시대에는 이곳을 통하여 중국과 문화를 교류했고, 이후로도 군산·강경 등지의 소금·건어물 등 지방 특산물이 집산되는 곳이었다. 근대화가 시작되면서 교통요지로서 고마나루의 기능은 상실됐다. 더 이상 사람이 북적이지 않게 됐고, 나루를 가득 메우던 커다란 배들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고마나루 강변의 웅진단 터. 금강을 관장하는 수신(水神)에게 제를 지내던 곳이다.
대신 지금은 곰의 사랑이야기가 얽힌 호젓한 강변이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유유히 흐르는 강과 노송이 우거진 숲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강변길이다. 따뜻한 봄날, 고마나루를 걸으며 곰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빌어보면 어떨까. 이곳의 곰은 인심이 좋아 선뜻 그 소원을 들어줄지도 모른다.

공주=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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