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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상상? 세상을 바꾸는 상상!

입력 : 2015-05-09 02:17:40 수정 : 2015-05-09 02: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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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환 등 엮음/이학사/2만5000원
상상력과 지식의 도약/김상환 등 엮음/이학사/2만5000원


“사랑하는 상상력이여, 내가 특히 너에게서 사랑하는 것은 네가 용서를 모른다는 바로 그 점이다. 아직도 나를 열광케 하는 것은 오직 자유라는 말뿐이다.”

초현실주의 작가 앙드레 브르통(1896∼1966)은 ‘초현실주의 선언문’에서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초현실주의자들은 모든 억압에 대한 반항과 정신적 자유를 꿈꿨다. 이들은 자동기술법을 통해 인습의 언어에서 해방되기를 바랐다. 자동기술법은 논리적 통제와 자기 검열이 없는 상태에서 생각을 그대로 받아쓰는 글쓰기 기법이다. 무의식을 자동기술하는 것은 상상력을 옥죈 고삐를 풀어버리는 것과 동의어이다. 그렇기에 브르통은 “상상력을 노예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인간 내면에 깊숙이 존재하는 최고의 정의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상상력만이 견디기 힘든 금기를 조금이라도 제거할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상상’은 흔히 공상이나 헛된 망상으로 오해된다. 경제적 실익이 없는 시간낭비쯤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 그러나 고등과학원 초학제 패러다임 연구단은 ‘상상’을 창조로 가는 필수 과정으로 본다. 연구단은 ‘상상’에 대해 ‘삐딱하게 보는 법 일체’라고 정의하며 “기존 분류체계를 비껴가는 잔여에서 새로운 개념이 잉태될 가능성과 씨름하는 모든 작업은 비스듬한 시선의 상상력을 요구한다”고 전한다. 융복합 시대에 여러 학문 분야를 넘나드는 초학제 연구 역시 “분과 학문이 서로 다른 분류 체계를 횡단하는 상상력 속에서 자기 자신과 다시 관계할 수 있을 때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말한다.

3년간 연구 선도 주제로 ‘분류, 상상, 창조’를 잡은 연구단이 ‘상상’을 주제로 파고든 결과물을 책으로 묶었다. ‘분류’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성과물이다. 이 책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나타난 상상력의 개념과 역사를 살펴본다. 또 과학과 예술에서 상상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짚고 상상력을 매개로 과학과 예술이 만날 수 있는지 파고든다. 철학·수학·물리학·미술학 교수부터 과학소설 작가까지 17명의 필진이 각자 상상을 주제로 사유의 세계를 풀어낸다.

김상환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창의성이 “이질적 요소들을 연합하거나 이합하기 이전에 먼저 그 요소들을 탈영토화하는 분리의 능력”인 상상력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과학적 상상력에는 객관적 지위, 시적 상상력에는 주관적 지위를 부여하는 통념을 비판한다.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적 상상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두 상상력의 섣부른 융합보다 양자 사이 소통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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