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에베레스트 폭탄 맞은듯 얼음덩이 쏟아져”

관련이슈 네팔 대지진 참사

입력 : 2015-04-27 19:19:46 수정 : 2015-04-27 22:31: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지진 여파 눈사태 처참한 증언
“땅 진동 느낀지 17초 만에 거대한 눈보라가 캠프 덮쳐”
최소 18명 숨져 사망자 늘 듯
“마치 폭탄을 맞은 것 같았다.”

해발 8848m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7차례나 등정한 노련한 산악인도 25일(현지시간) 네팔 지진의 여파로 일어난 눈사태는 생전 처음 겪는 아찔한 경험이었다. 영국 글래스고 출신의 데이비드 해밀턴(54)은 26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전화 인터뷰에서 “충격을 받았고 아직도 떨린다”면서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당시 베이스캠프 바로 아래 쪽에 있었던 해밀턴은 “마치 누군가가 한가운데에 폭탄을 떨어뜨린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넓은 캠프 지역이 완벽하게 쓸려 나가면서 주방용 텐트 안에 있던 식재료들은 수백m나 날아가 버렸다고 한다. 그는 “알프스 산맥 사진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눈사태였다”며 “하얀 분말가루가 휘날리는 듯한 모습이 아니라 커다란 얼음 덩어리가 쏟아져 내려 베이스캠프를 덮쳤다. 주변 3면에 빙벽이 있어서 매년 조금씩 얼음이 떨어져 내리곤 하지만 이번에는 규모가 완전히 달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만약 사람들이 텐트에서 자고 있을 때 눈사태가 일어났다면 40∼50명쯤 희생됐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산악인 조스트 코부슈가 이날 유튜브에 올린 2분짜리 동영상에서도 당시의 다급함이 생생히 드러난다. 동영상을 보면 베이스캠프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진동을 느낀다. “땅이 흔들린다”는 외침이 들린 지 17초 만에 거대한 눈보라가 캠프를 하얗게 덮쳤다.

AP통신은 이번 눈사태로 댄 프레디버그 구글 이사 등 최소 18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프레디버그 이사는 눈사태에 30∼40m나 쓸려 큰 바위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온 존 레이터는 지난해 4월 대규모 눈사태를 만난 데 이어 이번에도 생사의 갈림길에 직면했으나 다시 살아남았다.

봄철 등반 시즌을 맞아 전 세계에서 1500명이 에베레스트를 찾은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사상자와 실종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해발 6000m 인근 캠프 1과 캠프 2 지점에 약 100명의 등반가가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쿰부 빙하 지역이 파괴된 터라 이들이 자력으로 하산하기는 어려우며, 여진으로 눈과 바위가 쏟아져 내리고 있어 헬기 구조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유태영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