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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잔해 파헤쳐 구조…"희생자 최대 1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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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27 19:19:39 수정 : 2015-04-28 01: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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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새 사망자 700여명 늘어…최소 3218명 사망·6538명 부상…티베트인 거주지 피해 파악 안돼
공항 터미널서 노숙 강진 발생 후 네팔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27일 수도 카트만두 공항의 출국 터미널 밖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공포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밤이었다.

규모 7.8의 강진이 휩쓸고 간 이틀째인 26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 도심은 하나의 거대한 야영촌으로 변했다. 지진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은 풍찬노숙을 택했다. 집이 멀쩡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여진으로 인해 언제 집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더 큰 탓이다. 광장, 주차장, 교차로 등 열린 공간마다 천막이 설치되고 캔버스 천으로 간신히 비바람을 막았다. 히말라야에서 싸늘한 냉기가 밀려오고, 전기가 끊긴 도시에 짙은 어둠이 깔리자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 왔다.

시내의 호텔 사정도 비슷했다. 지난 25일 밤 카트만두에 도착한 CNN방송 PD 잉그리드 포마넥은 “여진 우려로 건물 내부 입장이 허용되지 않았다”며 “호텔 측에서는 물이 새는 큰 텐트 안으로 100명가량의 투숙객을 우겨 넣었다”고 전했다.

독일 DPA통신은 27일(현지시간) 네팔 내무부를 인용해 이번 지진 사망자가 4138명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부상자가 7180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날 새벽 구조작업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사망자 수가 전날에 비해 1200명 이상 늘었다. 구조작업이 외곽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 네팔 관료는 이번 지진 사망자가 1만명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 직원 매트 다르바스는 “200∼1000명이 사는 마을 전체가 산사태로 묻혀 버린 일이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해발 3000m 지대에 위치한 브리딤 등 진원지 외곽 티베트인 집단 거주지 피해상황은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탄압을 피해 네팔로 넘어 온 미등록 이주자가 대부분이라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외국 구호요원들이 속속 네팔에 당도하는 가운데 설사와 홍역 등 전염병 창궐로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재민들이 건물 잔해와 쓰레기가 널린 노천 공간에 함께 지내고 있어 물이나 공기를 매개로 한 전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를라 파간 유엔 대변인은 “질병의 확산을 막는 것이 구호 요원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라면서 “구호요원들이 군용기를 타고 네팔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구호요원들과 주민들은 한 명의 목숨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구조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험준한 산악지형과 여진 우려로 인해 진도는 더딘 편이다. 인력도 부족하다.

들것 같은 필수 구호장비도 태부족이다. 주민들은 맨손으로 건물 잔해더미를 파내고 있다. 현지 TV에서는 4명의 남성이 생존자를 구조해 손으로 들어 나르는 사이 다른 1명이 옆에서 잡지로 부채질을 해주는 장면이 방영됐다. 포마넥 PD는 “식량도 식수도 부족한 형편이지만 사람들은 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뭉치고 있다”며 “정부가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공동주방을 차려 음식을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료 여건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현지 병원에선 환자들이 쉴 새 없이 밀려들면서 야외 치료가 이뤄지기 일쑤고, 친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외과 의사들은 카트만두 의대 운동장에 친 천막에 임시 수술실을 마련하기도 했다.

26일 중국 후난성 헌양에 위치한 난화대학에서 네팔인과 중국인 학생들이 촛불로 ‘네팔과 함께 할 것’이라는 문구를 만들고서 피해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히말라야 고산등반과 트레킹 시즌을 맞아 네팔에 머물고 있던 외국인 여행객 30만명도 네팔을 떠나려 애쓰고 있다. 중국은 네팔에 있던 자국 여행자 약 1000명을 대피시키는 한편 발이 묶인 4000명을 위해 항공편을 급파했다. 일본은 자국민 1100명의 소재 확인을 위해 네팔에 연락 사무소를 설치했다. 호주도 네팔을 여행 중이던 국민 549명 중 200여명의 소재를 파악하고 귀국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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