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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가사키의밖에서일본을보다] 퍼로키얼리즘의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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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27 20:33:19 수정 : 2015-04-27 20: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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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신우익단체인 잇스이카이(一水會)의 스즈키 구니오(鈴木邦男) 고문이 지난 3월 서울대에서 ‘나는 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인종 차별적인 혐오 발언)를 싫어하는가’라는 제목의 강연을 해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일본 우익단체인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재특회)의 조선학교에 대한 혐오발언에 대해 일본 법원은 1, 2심 판결 모두 인종차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라며 약 1200만엔의 배상과 학교주변의 가두선전 금지를 명령한 바 있다. 이에 불복한 재특회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기각돼 판결이 확정됐다. 2009년 12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교토(京都)시 미나미(南)구에 있는 조선학교 주변에서 가두선전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재특회 측은 확성기를 동원해 “조선인을 보건소에서 처분하라”고 외치고 이 장면을 촬영해 인터넷에 공개했다.

야가사키 선문대 교수·국제정치학
이렇게 한국인을 주된 표적으로 삼는 배외주의(排外主義) 단체의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불법성을 인정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외국인에 대해 배척 사상을 갖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배외적인 성향을 전문적으로는 퍼로키얼리즘(Parochialism)이라 부른다. 퍼로키얼리즘이란 용어는 아널드 토인비나 크리스토퍼 도슨과 같은 역사가들이 주로 사용했으며, 사전적으로는 ‘편협’이라고 한다. 즉 퍼로키얼리즘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만을 유일한 세계로 착각하는 편향성을 일컫는다.

최근 일본의 젊은이들이 해외유학을 꺼린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의 하버드 대학에도 일본인 유학생이 거의 없다고 한다. 실제로 미 워싱턴 포스트지는 “2000년 이후 미국 대학으로 유학 오는 일본인 학생수가 급감해 학부의 경우 52%, 대학원은 27%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일본인은 줄어드는 데 비해 중국, 한국, 인도 유학생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일본인 감소의 이유로는 학생들의 모험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처럼 ‘초식동물’과 같이 온순하고 소극적인 현상으로 일본으로서는 위기인 것이다. 살기 편하다고 자국의 울타리에만 머문다면 배타적인 지역주의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젊고 가능성이 충만한 대학생 시절 다른 문화, 다른 세계를 접하면서 세계인으로 성장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므로 지역주의 향리성의 극복은 일본의 대학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하버드 대학은 2007년 과감하게 커리큘럼을 개혁했다. 교육과정 개혁의 목적은 바로 아메리칸 퍼로키얼리즘의 극복이었다. 대학은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배타적 지역주의의 극복은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대학의 필수 과제인 것이다. 국경의 장벽을 뛰어넘어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평화로운 지구촌의 구성원으로서의 인격을 양성하는 것이야말로 지금의 대학들이 해결해야 할 소명이다.

야가사키 선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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