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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30분, 청와대 물가장관회의 참석. 회의 진행 중 북한 로켓 발사 및 실패 사실 보고돼 관련 회의 소집. 오전 9시, 외교안보장관회의 참석. 오전 10시,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 참석·축사. 오전 11시 국가정책조정회 개최. 오후 3시, 서울자살예방센터에서 자살예방대책 현장 간담회 개최. 오후 6시, 다음주 발표할 ‘서민생활 보호 위한 불법 사금융 척결 방안’ 보고 받고 논의.”

이명박정부에서 ‘장수 총리’였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재임 시절 페이스북에 남긴 ‘저의 어느 하루’ 편이다. 대통령을 보좌하고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 지위를 감안하면 어느 날의 일정을 적더라도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빼곡한 동선이 그려질 것이다. 공관 등에서 이뤄지는 비공식 오·만찬도 잦다. 그렇다고 총리가 뉴스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조율사’ 역할이 큰 탓이다. 종종 대통령을 대신하는 ‘대독총리’ ‘의전총리’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김 전 총리의 글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음식에 소금이 없을 순 없겠지요? 간을 잘 맞추시어 대한민국의 맛있는 국물을 부탁드립니다.” 살림꾼 역할을 기대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총리의 요란한 정치 행보를 반기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대통령중심제에서 총리는 ‘국정 2인자’로 불리지만 정치적 파워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김대중정부의 김종필 총리나 노무현정부의 이해찬 총리는 예외였다. 정권을 창출한 일등공신이었으니, 어느 직책을 맡았어도 무게감이 남달랐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귀국으로 또다시 총리 인선 정국이 펼쳐진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 총리론이 무성하다. ‘충청 총리’를 띄웠던 새누리당이 이번에는 호남총리론을 들고 나왔다. 김무성 대표가 광주 유세에서 “이 총리가 경질되면 전라도 사람을 한번 총리로 시켜주시기를 (대통령께) 부탁드린다”고 했다. 당장 이틀 앞으로 다가온 4·29 재보선에서 호남 민심 덕을 보겠다는 심산이다. 설사 호남 출신 인사가 총리 후보로 발탁된다고 지역 민심이 돌아설까.

현직 총리가 부패 스캔들에 휩싸여 사의를 밝힌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대통령 부재 기간에 그를 총리직에서 끌어내린 건 바닥난 신뢰였다. 출신 지역으로 ‘국민통합’ 운운한다면 국민들이 코웃음을 친다. 정직을 정치인의 최우선 덕목으로 꼽은 영국의 명재상 윈스턴 처칠은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정치도 없다”고 했다.

황정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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