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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美 정치권은 韓보다 얼마나 깨끗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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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26 21:08:15 수정 : 2015-04-26 21: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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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유형 4단계 중 韓은 ‘파워 엘리트 부패’
합법과 편법 넘나드는 美는 ‘시장 로비형 부패’
국민의 감시 역할 포기는 부패 사슬보다 더 심각
김영란법의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대법관이 최근에 KBS 텔레비전 특강을 통해 미국 콜게이트 대학 마이클 존스턴 교수의 ‘부패의 신드롬’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존스턴은 이 책에서 국가별로 부패의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눴다. 제1단계는 독재형 부패이다. 중국, 인도네시아가 그 대표적인 나라이다. 제2단계는 족벌형 부패로 러시아, 필리핀이 여기에 속한다. 제3단계가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이다. 한국이 그 대표적인 국가라고 한다. 네 번째가 시장 로비형 부패로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형 부패이다.

한국 정치권을 블랙홀에 빠뜨린 ‘성완종 리스트’ 스캔들은 한국의 파워 엘리트가 서로 이권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공생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직 이완구 총리가 고꾸라지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3년 9월 베트남 순방 당시에 성완종 회장의 경남기업이 현지에 건설한 ‘랜드마크 72’ 컨벤션홀에서 한복 패션쇼를 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한국은 인맥 중심의 정경 유착 부패 사슬에 꽁꽁 묶여 있다. 검찰이나 특검의 수사로 그 전모가 드러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 전모가 밝혀진다 해도, 한국 사회의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 문화가 말끔히 청산되는 날이 과연 올지 회의적이다. 이보다 더 서글픈 사실은 한국이 제3단계 부패 유형에서 벗어나면 미국과 같은 제4단계의 시장 로비형 부패 국가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도 아직 한국과 같은 제3단계의 정치인 뇌물 수수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민주, 뉴저지)이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오랜 친분을 유지한 플로리다주 안과 의사 살로몬 멜겐의 도미니카공화국에 위치한 개인 소유 저택과 항공기 등을 공짜로 이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로버트 맥도넬 전 버지니아 주지사도 식품 보조업체인 스타 사이언스의 조니 윌리엄스 최고경영자(CEO)에게 특혜를 준 대가로 롤렉스 시계를 포함해 17만7000달러(약 1억9100만원)가량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다.

미국의 시장 로비형 부패는 잘 드러나지 않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불법을 피한 채 합법과 편법을 넘나들면서 은밀하고, 치밀하게 부패 행위가 자행되는 데다 부패 사슬이 정치·사회 시스템으로 굳어져 있다. 월가의 금융 기관, 실리콘밸리의 거대 IT 기업 등 특수이해집단은 합법적인 로비 수단을 동원해 막후에서 정치권을 장악하고 있다. 그 무기는 물론 돈이다. 정부의 금융 산업 규제를 푸는 입법을 위해 월가가 동원한 로비스트가 3000명을 넘으며 로비 자금으로 투입된 돈이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에서 대통령, 상원의원, 주지사, 하원의원이 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첫 번째 관문이 정치자금 모금이다. 지난해 총선을 기준으로 할 때 상원의원 후보는 평균 1000만달러 이상을 선거 비용으로 지출했다. 이 정도 돈을 거둘 능력이 없는 사람은 원천적으로 아웃이다. 미국에서 정치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치자금을 내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1%를 밑돈다는 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정치인은 1차적으로 국민 99%를 외면하고, 1% 미만의 정치자금 제공자를 대상으로 구애한다. 특히 미국 연방대법원이 2010년 정치외곽단체가 무제한 정치자금을 제공하도록 허용한 뒤 매번 선거에 천문학적인 선거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또 정치 외곽단체인 슈퍼팩 대신에 비정부기구를 구성하면 선거 자금 출처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정치권으로 흘러들어온 ‘블랙 머니’는 추산하기조차 불가능한 지경이다.

부패 3단계인 한국이나 4단계의 미국에서 일반 국민은 자포자기하기 쉽다. 이 때문에 부패 사슬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깨어 있는 시민의 감시 역할 포기라고 할 수 있다. 내부 고발자가 줄을 잇고, 언론과 시민단체가 연합 전선을 형성하며 사법 당국이 제자리를 찾는 반부패 전선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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