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금융산업을 건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외환위기 때 나랏돈을 투입해 은행을 살린 것도 금융이 무너지면 나라 경제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은 그만큼 중요하다. 눈을 부릅뜨고 잘못을 잡아내도 모자랄 판에 부정에 앞잡이 노릇을 한 꼴이다. 이런 식으로 금융산업을 바로 세울 수는 없다. 세월호 사고 때 검은 결탁을 한 ‘썩은 관피아’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감사 결과 경남기업을 실사한 안진회계법인은 “2.3대 1의 비율로 대주주 무상감자를 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 채권단도 동의했다. 그런데 김진수 전 금감원 기업금융구조개선 국장은 지난해 1월 회계법인 담당자를 불러 “회사와 대주주 입장을 잘 반영해 처리하라”고 했다고 한다.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에는 무상감자 부분을 삭제하도록 요구했다. 채권 금융회사들이 반발하자 김 전 국장과 담당 팀장은 “사회적으로 지탄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대주주 입장은 왜 반영해야 하며, 대승적이라는 말은 또 무슨 뜻인가. 결국 채권단은 10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6300억원을 지원했다. 워크아웃 기업치고 대주주 무상감자를 하지 않은 곳은 경남기업 빼고는 한 군데도 없다.
감사원은 김 전 국장과 담당 팀장이 단독으로 주도했다고 밝혔다. 윗선의 지시 여부에 대해 “그런 것은 없었다”고 했다. 담당 팀장을 문책하도록 하고 금감원에는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김 전 국장과 최수현 전 금감원장은 퇴임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지 않았다. 소가 지나가다 웃을 일이다. 윗선의 지시나 외부 압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얼버무리고 지나가서는 안 된다.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로 비뚤어진 금융감독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검찰은 그 경위를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 ‘부정에 앞장서는 금융감독’은 나라 경제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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