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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시각서 벗어나 ‘세계사 다시보기’

입력 : 2015-04-24 20:57:33 수정 : 2015-04-24 21: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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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지음/나름북스/1만7000원
네루의 세계사편력 다시 읽기/이광수 지음/나름북스/1만7000원


‘네루의 세계사편력 다시 읽기’는 인도의 독립영웅이며 총리를 지낸 자와할랄 네루가 옥중생활(1930∼1933)을 하면서 사랑하는 딸에게 보낸 196통의 편지글을 발췌해 편집한 책이다. 딸에게 역사인식을 새롭게 하도록 친절하게 설명한 대목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가 네루의 ‘세계사편력’을 현대적 시각에 맞게 쉽게 풀어 썼다. 네루의 생애와 사상적 배경도 비판적으로 재조명했다.

네루는 서양사 위주의 역사서술에서 배제된 서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아메리카 등의 역사를 주로 다루고 있다. 왜 아시아와 이슬람권이 쇠퇴하고 유럽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등에 집중한다. 네루는 유럽 문화가 우월한 게 아니라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결합하고 산업혁명이 먼저 일어나면서 유럽이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됐다고 분석한다.

유럽의 산업혁명은 식민지를 필요로 했다. 산업혁명 초기 국면에서 생산물이 이윤을 남기려면 야만적 상태의 강제된 노예노동이 요구됐다. 유럽 국가들은 다른 나라를 침략해 매우 낮은 가격의 상품을 만들어 가져와야 했다. 그 상품을 유럽 시장에 팔아 이익을 남기고, 그 돈으로 다시 상품을 만들어 해외 시장에 팔았다. 결국 19세기 유럽의 세계 지배는 유럽 고유의 문화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1492년 이후 자행된 아메리카 침략과 수탈에 따른 것이다. 침략과 수탈을 통해 부를 이룬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은 다른 나라를 침략해 저가의 원료를 수탈하고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했다. 그리고 아메리카 침략 이후 앞다퉈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의 나라를 식민지화했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제국주의와 결합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네루 인도 총리(오른쪽)가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왼쪽)와 얘기하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서구 자본주의는 세계를 지배하는 체제로 자리 잡았다. 20세기 중반 이후 ‘신자유주의’라는 새 옷을 갈아입은 자본주의는 과거와 양상은 달라졌지만 경제적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네루의 역사 인식은 식민지의 압제를 받았던 입장에서 역사를 서술해 한국인들에게 호소력을 갖는다. 그러나 이처럼 서구 제국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던 네루도 민족주의적 역사관의 한계점을 드러낸다. 인도나 힌두 민족의 패권적 팽창이나 카스트제도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네루의 역사 인식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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