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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성벽 따라 한걸음 한걸음…500년 세월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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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23 18:04:22 수정 : 2015-04-24 00: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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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무장읍성을 가다
고창읍성 성곽은 “머리에 돌을 이고 한 바퀴 돌면 다리의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에 간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유럽에 여행을 가면 고풍스러운 고성과 성곽에 감탄하곤 한다. ‘우리에겐 왜 이런 멋진 성이 남아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에게도 성이 삶의 공간이었다.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손수 돌을 날라 성을 쌓고, 그 안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지금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지 않을 뿐이다. 이는 한·일 강제합병 직후인 1910년 일제가 전국에 일제히 내린 ‘읍성철거령’ 때문이다.

읍성이란 지방 군현 주민을 보호하고 군사·행정 기능을 담당하던 성이다. 읍성들이 모두 헐리면서 조선은 방어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고, 조상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살던 삶의 구획은 일본이 원하는 대로 새로 그어졌다. 읍성철거령은 이후 도성 해체와 왕궁 파괴로까지 이어졌으니 일제의 우리 전통문화 말살의 시작점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전북 고창의 고창읍성으로 향했다. 고창읍성은 대부분 사라진 우리나라 읍성 중 전남 순천 낙안읍성, 충남 서산 해미읍성과 함께 원형을 가장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조선 단종 때 지어졌다고 하니 500년을 훨씬 넘는 세월을 버텨온 셈이다. 지역민에게는 원래 이름 대신 ‘모양성’이라는 좀 더 친근한 이름으로 불린다. 읍성은 고창읍내에 위치한 야산을 에워싸고 세워져 있다. 
고창읍성 관청.
성곽이 평지를 둘러싸고 그 안에 민가와 관청이 있는 낙안읍성 등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평상시 주거 목적보다는 방어와 유사시 피난처의 목적이 좀 더 강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고창읍성으로 들어가는 성문.
고려시대 때부터 서해안 지역은 왜구들의 노략질로 몸살을 앓았는데 고창읍성은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한 호남 내륙 방어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지방의 성곽이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작지 않은 의미가 있는 장소인 셈이다. 고창읍성에는 동헌과 군량고, 옥사, 객사, 망루 등이 복원돼 있다. 성 안 여기저기에 꽃나무들이 우거져 쉬었다 가기도 좋다. 고창읍성은 성곽을 따라 걸으면 더욱 운치가 있다. 
죄인을 가두던 옥. 고창읍성 내에 복원돼 있다.
고창읍성 안에 복원된 동헌.
길가에 철쭉이 보기 좋게 피어있는 성곽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 조선시대 어딘가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해가 뉘엿뉘엿 지며 노을에 붉게 물드는 성벽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성 아래로 멀리 펼쳐져 있는 고창읍 모습도 정겹다.

고창읍성 성벽을 걷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머리에 돌을 이고 모양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의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에 간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고창지방에는 머리에 돌을 이고 읍성을 도는 ‘답성놀이’ 풍습이 남아있다. 농사에 바쁘고 전장에 나간 남편을 대신해 돌을 이고 날라 성을 쌓았던 억척스러운 우리 아낙들을 기리고 축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음력 9월9일 중양절 전후로 열리는 ‘모양성제’의 주요한 행사도 답성놀이다. 고창 아낙들이 모여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성밟기를 하는 모습은 장관이라고 한다.  
고창읍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고창읍성 모습.
고창에는 고창읍성 외에 다른 읍성이 한 곳 더 남아있다. 고창읍에서 차로 30분 정도 달리면 나타나는 무장면의 무장읍성이다. 무장읍성은 역사연구가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이다. 우리나라 읍성 중 제작연대가 정확하게 알려진 유일한 읍성이어서다. 조선 태종 때인 1417년 빈번하게 침입하는 왜구를 방어하기 위하여 세워졌다고 한다. 
무장읍성으로 들어가는 성문.
동학농민운동 당시 농민들이 고부군수 조병갑을 몰아내고 해산한 뒤에도 관군들의 횡포가 이어지자 정읍, 부안, 고창 일대 농민군과 동학세력이 모여 나라를 바로세우기 위한 거사를 시작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역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무장읍성은 가볼 만한 곳이다. 고즈넉한 시골마을을 내려다보고 서 있는 옛 조상들의 성곽을 감상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무장읍성 객사.
성 안에는 옛 고을 풍모를 알 수 있는 객사와 동헌도 남아있다. 아쉽게도 다른 지역은 복원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옛 읍성의 진면목이 드러날 것이니 무장읍성을 다시 찾는 것도 좋겠다.

고창=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여행정보(지역번호=063)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고창나들목에서 나오면 된다. 고창읍성은 나들목 인근 고창읍내에 있다. 고창읍을 지나 23번 국도 영광 방면으로 가다 보면 무장읍성과 청보리밭이 있는 ‘학원농장’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고창읍내에서 학원농장까지 자동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농장 인근에는 마땅한 숙소가 없다. 고창읍내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깔끔한 모텔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고창의 명찰 선운사 인근에도 선운사관광호텔(561-3377), 선운사유스호스텔(561-3333) 등 숙박시설과 모텔들이 몰려 있다. 고창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단연 장어다. 풍천이라고 불리는 선운사 앞 개천의 장어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선운사 주변에는 장어구이집이 즐비하다. 이 중 신덕식당(562-1533), 연기식당(562-1537), 할매집(562-1542), 산장회관(563-3434)이 많이 알려져 있다. 고창읍내에서는 용궁회관(564-1331)이 이름난 장어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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