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전담부서도 없이 "18억 이슬람시장 잡자" 외치는 정부

입력 : 2015-04-20 19:48:16 수정 : 2015-04-23 15:31:2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할랄시장 개척 지지부진] 국내 대응 걸음마 수준…각국 할랄 인증 강화 추세
세계 할랄시장이 국내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약 18억명으로 추정되는 무슬림들이 찾는 할랄시장 규모는 1조달러가 넘는다. 하지만 세계 할랄시장 개척과 국내 할랄식품산업 육성 등을 뒷받침할 공공조직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의 할랄업무 담당 인력은 각각 6명과 2명에 불과하다. 양 부처는 국내 기업의 할랄식품 수출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할랄식품 수출 지원 등을 위한 ‘전진기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해외지사는 달랑 2개 나라에 설치돼 있다. 반면에 각국은 할랄인증을 강화하는 추세다. 나아가 할랄인증을 자국 경제 보호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충남 아산의 선문대가 재학 중인 무슬림 학생과 이색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 학생을 위해 지난 2013년 마련한 할랄(Halal) 푸드코트에서 학생들이 음식을 접시에 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울 이태원의 한 할랄 인증 제과점. 할랄(Halal)이란 아랍어로 ‘신이 허용한 것’이라는 의미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의약품·화장품 등을 통틀어 일컫는다.
사진 = 연합
◆식품 블루오션 할랄시장… 주무 부처는 걸음마

20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세계 할랄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1조88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5430억달러로 가장 크고 ▲중동과 아프리카 4410억달러 ▲유럽 850억달러 ▲북남미 170억달러 ▲호주 20억달러 등의 순이다. 미국과 스위스, 영국 등 비무슬림 다국적기업이 할랄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세계 할랄시장은 오는 2018년에는 1조626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에는 과 단위 조직조차 없다. 할랄TF가 설치됐지만 팀장을 포함해 농식품부 직원은 5명이고, aT에서 에디터 1명을 파견받았다. 서로 다른 할랄인증 기준 대응과 해외 할랄시장 동향·인증 제품 현황 조사, 마케팅, 할랄상품 개발, 할랄전문가 양성 등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조직이다.

할랄인증기관은 정부나 종교단체 등 세계 300여개에 달한다. 그런데 인증요건이 이슬람법 해석에 따라 인증기관마다 달라서 골치다.

국내 할랄인증기관은 한국이슬람중앙회(KMF)와 해외인증대행기관 3개소다. KMF는 전문인력 부족으로 수출업체에 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없고 인증 처리기간도 8개월로 길다. KMF와 인도네시아 할랄인증기관(MUI) 간의 동등성 인정도 지연되고 있다. 국내 농식품 수출업체 9000여개 중 겨우 1% 남짓한 120여개 업체가 430개 상품의 할랄인증을 획득했을 뿐이다. 앞으로 할랄시장에 공격적인 수출을 하려면 수많은 기업이 할랄인정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농식품부는 2017년까지 대(對)할랄시장의 농식품(비할랄 식품 포함) 수출액을 12억3000만달러로 잡았다. 하지만 현재의 정부 할랄 조직과 인력으로는 이런 과제들을 해내기에 역부족이다.

해수부는 수출가공진흥과 가공계 직원 2명이 할랄업무를 맡고 있다. 조직이 미약하다 보니 수산업체 지원이 제대로 안 돼 15개 업체만 할랄인증을 받았다. 인증품목도 참치캔과 조미김, 소금, 미역, 다시마, 해조류 한방샴푸, 나트륨 저감 젓갈 발효식품, 마른김 등 8개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할랄식품 수출확대에는 기업들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할랄식품 수출첨병 aT 해외지사도 빈약

인도네시아의 할랄시장은 2012년 기준 1970억달러로 단일 국가 최대다. 인구 2억5000만명의 인도네시아는 북쪽에서 남쪽까지 7시간을 비행해야 도달할 정도로 거대한 땅이다. aT의 자카르타지사는 근무자가 6명(파견 2명, 현지인 4명)이라서 인도네시아 할랄시장 하나를 담당하기도 버겁다. 2013년 4월 설립된 자카르타지사는 관할지역인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를 한 번도 현장 관리한 적이 없다.

2012년 8월 문을 연 방콕지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파견 1명 현지인 3명 등 4명이 태국과 미얀마,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까지 관할해야 한다. 5월 말 하노이에 지사가 설립되면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는 방콕지사에서 떨어져 나가 그나마 다행이다. 동남아시아 할랄시장 규모가 4060억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지사는 너무 작은 조직이다. 그나마도 aT 해외지사가 할랄 업무만 맡고 있는 게 아니라 모든 농수산식품의 해외수출을 지원한다.

중동지역과 북아프리카의 할랄시장은 3220억달러에 달하지만 aT 해외지사는 없다. aT는 중동을 겨냥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수출마케터 1명을 보낸 데 그쳤다. 

UAE를 포함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6개 아랍산유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의 할랄시장 규모는 850억달러이다. aT는 내년 상반기에나 UAE 수도 아부다비에 해외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은 “인도네시아는 할랄인증기관을 현재 민간기구(MUI)에서 앞으로는 정부기관으로 변경해 2019년부터 식음료, 의약품, 유전자 변형 제품 등 거의 모든 품목에 할랄인증을 요구할 계획이고, UAE 연방표준청에서는 57개 이슬람 국가로 구성된 이슬람회의기구(OIC)와 GCC의 할랄인증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정부가 할랄담당 인력과 조직을 늘리고 역량을 집중해 세계 할랄시장을 국내 수출의 새로운 도약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
  • 뉴진스 다니엘 '심쿵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