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대한 빗장이 풀리기만 하면 ‘기회(Opportunity)의 땅’으로 변모한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캐나다에 이은 세계 4위의 원유 매장국이자 러시아 다음으로 많은 천연가스 매장량를 자랑한다. 게다가 원유 매장지(187곳) 가운데 40%는 아직 미개발 상태다.
서방의 오랜 제재로 경제가 파탄지경인 이란 정부가 핵협상 타결을 경제부흥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란은 서방 제재가 해제되면 SOC와 플랜트 건설에 약 1600억달러(약 174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내수시장도 주목할 부분이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이란 수도 테헤란의 현대화 수준이 쿠바 아바나를 뛰어넘어 스페인 마드리드와 맞먹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위협(Threat) 요인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란 핵협상이 최종 타결되지 않았다는 점이 최대 악재다. 양측은 6월 말까지 추가 협상을 통해 제재 해제 시점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 이란과의 무역 상담을 주선하는 미국 ‘클라이드 앤드 코’의 패트릭 머피는 “이란이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아 서방이 더 강화된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 국민 대부분이 서방에 대한 불신·반감이 높고 이란 사회 전반에 아직도 보수강경파인 혁명수비대의 입김이 세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한국의 최대 약점(Weakness)은 주도권을 쥐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양국 교역이나 관계 개선 여부는 미국이 어떠한 이란정책을 취하느냐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이란의 주요 수출입 국가였던 한국은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한 2012년 거래가 줄기 시작해 지난해엔 87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특히 TV와 냉장고, 자동차부품 등 대이란 수출액은 2012년 62억6000만달러, 2014년 41억6000만달러 등 하향세가 뚜렷하다. 1970년대 이란 건설 특수를 누렸던 한국 건설사들은 2009년 이후 수주 실적이 전무하다.
핵협상이 최종 타결된다 하더라도 우리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란 특수’를 누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과 EU(유럽연합) 등은 팔레비 왕조 시절 인연으로,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과 저가 공세로 핵타결 직후 이란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슈피겔에 따르면 이란 정부에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영국 글래스고대)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미국 덴버대) 등 서구 대학 학위를 가진 각료가 유독 많다. 서방의 제재에도 이란과 우호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 역시 내심 이란 진출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있다.
2010년 9월 양국이 원화결제시스템(이란과의 수출입 거래에서 발생하는 대금을 원화로 지불하는 제도)을 도입한 것도 가격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코트라(KOTRA)는 핵협상 잠정타결 직후 ‘수출 유망 품목’으로 ▲건설·플랜트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조선·해운 ▲신재생에너지 ▲중소형 산업설비를 꼽았다. 테헤란무역관의 김욱진 과장은 “일단은 현지 제조사와 합작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한국 선호도와 한국산 제품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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