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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땅서 발묶인 장애인 이동권

입력 : 2015-04-19 19:12:41 수정 : 2015-04-20 16: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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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 대중화도… 버스타고 국내 여행도… 모두 딴세상 얘기
“장애인은 저비용항공을 탈 생각을 하지 못해요. 가족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항공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죠.”

제주도에 사는 1급 지체장애인 임모(50·여)씨는 1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항공기 이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휠체어 장애인은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 기내 휠체어가 꼭 필요한데 이를 제공하는 저비용항공사가 없기 때문이다.

“시외 저상버스가 생기면 아무래도 더 많은 곳을 돌아볼 수 있겠죠.”

여행을 좋아하는 지체장애인 양보람(26·여)씨의 꿈은 휠체어에 탄 사람들을 위한 여행사를 차리는 것이다. 하지만 양씨 역시도 기차역이 없는 곳으로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난 적은 없다. 국내에 휠체어 이용자가 탈 수 있는 시외 저상버스는 한 대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장애인은 하늘과 땅을 가리지 않고 이동권에 제약을 받고 있다.

◆기내 휠체어 없는 저비용항공

세계일보가 장애인의 날(20일)을 맞아 국내 7개 항공사에 ‘기내 휠체어’ 보유현황 등을 문의한 결과 저비용항공사는 기내 휠체어를 제대로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내 휠체어는 폭 50㎝ 안팎의 좁은 기내 통로를 지날 수 있는 이동수단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기내 휠체어를 항공기 편당 1대씩인 총 122대와 87대를 탑재하고 지점에도 여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진에어와 에어부산, 제주항공은 지점당 1∼2대 등 총 5∼6대만 비치해 운용하고 있다. 취재에 응답하지 않은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의 예약부서 관계자는 “기내 휠체어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루 수백편의 항공기가 운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저비용항공사를 통한 기내 휠체어 이용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국토교통부의 ‘교통약자법’에는 ‘기내 휠체어는 사전 요청이 있는 경우 항공기에 비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저비용항공사는 대부분 이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기내 휠체어 탑재는 의무조항인 경우가 많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도 미국 노선의 경우에는 현지 규정에 따라 기내 휠체어를 탑재하고 있다.

◆저상버스 없는 시외버스

국내에 휠체어 이용자가 탈 수 있는 시외 저상버스는 한 대도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통약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시외버스에도 저상버스를 도입하라’며 공익소송을 냈지만 정부는 재판부의 화해권고를 거부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해 3월 국가와 국토부 장관,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버스회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휠체어로 타고 내릴 수 있는 저상버스가 시내 구간에는 이용되고 있지만 시외 구간에는 도입되지 않았다는 것이 소송의 주요 이유였다.

이 소송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지영난)는 지난달 24일 화해권고를 내렸다.

재판부는 국토부 장관에게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계획에 교통약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버스 등의 도입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또 버스회사에는 “장기적으로 저상버스 등의 비율을 점차 늘려가도록 노력하고, 교통약자의 승·하차에 편의를 제공하는 방법을 모색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소송 당사자들이 이의를 신청해 화해가 무산됐다. 지난 3일 국토부가 “사법부가 행정부에 계획을 수립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민사소송의 한계를 넘고 권력분립에 반하는 것”이라며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것을 시작으로 나머지 피고들도 이의를 신청했으며, 원고 측도 지난 9일 이의신청서를 냈다. 이에 따라 재판에서 최종 결론이 내려지게 됐다.

홍서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는 “기내용 휠체어나 저상버스는 장애인뿐 아니라 보행이 불편한 노인이나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스템”이라며 “장애인을 직원이 업거나 안아서 옮기면 된다는 식의 대처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도 이후 티웨이항공은 “김포 인천 등 전국 6개 지점에 총 6대의 기내용 휠체어를 구비하고 있다”며 “저비용항공사로서 좁은 내부에 기내용 휠체어를 운영하기 쉽지 않은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고객 만족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조병욱·이우중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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