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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도 출가 전에 사무치게 어머니가 보고 싶었던가 보다. 어머니를 만나려고 일찍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 꿈속에서나마 한 번 볼 수 있기를 소망했다. 하지만 그리운 얼굴을 도저히 담아낼 재간이 없었다. 어머니 마야 부인이 그를 낳다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 심정이 오죽했으랴.

불교 경전 ‘부모은중경’은 어머니를 향한 부처의 애절한 마음을 전해준다. 어느 날 제자와 함께 길을 걷던 부처가 잡초 속에서 한 무더기의 뼈를 보고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올렸다. “세상의 지존께서 하찮은 해골바가지에게 절을 하십니까?” 제자의 물음에 부처가 대답한다. “여기에 옛날 아버지와 어머니 뼈가 섞여 있다. 어머니의 뼈는 검고 가볍고 아버지의 뼈는 희고 무겁다. 어머니는 한번 자식을 낳을 때마다 서 말 석 되의 피를 흘리고, 그 자식을 기르는 데 여덟 섬 네 말의 젖을 먹이는 까닭이니라.”

말을 마친 부처는 흩어진 뼈를 한곳에 모아 땅에 묻어 주었다. 어머니 은혜 10가지를 게송으로 읊고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식이 왼쪽 어깨에 아비를 업고, 오른쪽 어깨에 어미를 업고 수미산(須彌山)을 백천 번 돌고 돌아 살이 닳아 뼈가 드러나고, 골수가 드러나더라도 부모의 깊은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

어머니는 위대하다. 일찍이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는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어록을 남겼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강한 모성을 이르는 말이다. 그 신비한 모성애의 일단이 마침내 과학적 베일을 벗을 모양이다. 미국의 과학자들이 얼마 전 어머니가 아기 울음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드는 요인을 찾아냈다고 한다. 뉴욕대 로버트 프룀케 교수팀은 “출산한 여성의 몸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이 아기 울음소리에 대한 민감도를 크게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옥시토신은 사랑, 모성 본능 등을 자극하는 신경 호르몬이다. 출산 후에 분비량이 급증하기 때문에 ‘모성 호르몬’으로도 불린다.

과학자들은 “옥시토신이 모성 본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줄 뿐, 그것만으로 모든 모성애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모성 호르몬의 발견은 어쩌면 거대한 수미산에 비하면 좁쌀 한 톨에 불과할지 모른다. 부처가 떠난 지 2559년 만에 겨우 찾아낸 좁쌀 한 톨! 어머니의 사랑, 끝이 없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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