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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칼럼] 사소한 거짓말의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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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19 21:12:11 수정 : 2015-04-20 14: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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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 불러
예상치 못한 심각한 결과 초래도
사소하게 시작한 거짓말이 결코 사소하지 않은 결말을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땅콩 회항’ 사건도 초기 답변들이 거짓말이었음이 밝혀지면서 당사자는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 됐다. 또 소속사 회장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껴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소송을 제기한 한 여배우도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며 네티즌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특정한 사람만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원래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돼 있다. 남에게 해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거짓말이라고 의식도 못한 채 하기도 한다. 보통 하루 평균 10번에서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거의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거짓말쟁이일 수도 있다. 말을 시작하게 되고 사고가 발달하기 시작하는 3세쯤부터 아이들은 거짓말을 한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일상생활 속 2세 아동의 65%가, 4세 아동의 94%가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왜 이렇게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건가.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거짓말은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원시사회 때 교묘한 속임수를 사용해 자신보다 높은 계급에 있는 이들의 공격으로부터 피할 수 있음을 터득한 그때부터 본능적으로 인간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해왔다.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문제에 대처하며,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다. 또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지키고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거짓말로 자신을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자신을 굉장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신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못할 경우 스스로도 자괴감을 가지게 되고, 이것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타인에게 바보 같거나 불쌍하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의 실제 모습을 숨기고 거짓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거짓된 표현은 자신을 방어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사람을 더욱 고립되게 만든다.

그런가 하면 가장 설명력 있는 것으로 거짓말의 ‘합리적 범죄의 단순모델’이 있다. 이것은 보상이나 이득이 주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부정행위를 하고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델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보상이 그다지 크지 않은 상황에서도 인간은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인간이 만들어내는 방어기제 중 하나인 ‘합리화’ 때문이다. 사소한 거짓말은 나쁜 것이 아니라는 합리화이다. 사소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스스로 자기가 잘못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 들기 때문이다.

이게 더 문제이다. 자신의 자아상과 자기개념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래서 난 정말 정직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믿어 버리게 된다. 이렇게 시작한 사소한 거짓말은 이후 더 많은 거짓말을 만들어 내게 된다. 뿐만 아니라 더 큰 비도덕적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연습이 되지 않아서이다. 죄책감은 긴장감을 주는 불편한 감정이라서 인간은 이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죄책감이 들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이런 불편한 감정을 없애고자 무의식적으로 도덕적 규율을 잊어버리려 한다. 도덕성이나 윤리성을 생각하게 되면 불편하기 때문에 아예 이를 잊어버리고 싶은 무의식이 작동한다. 바로 ‘계략적 잊기 효과’이다. 따라서 사소한 거짓말은 지속적인 거짓말을 하게 하고, 거짓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규율이나 도덕적 규범에 덜 민감해지고 규범을 망각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거짓말이 때로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본인은 전혀 예상치 못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바로 그 재앙을 경계해야 한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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