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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러시아 전승 70주년… 지구촌 ‘新냉전’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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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19 20:19:15 수정 : 2015-04-19 20: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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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사태로 러·서방 갈등… 각국 정상 기념식 불참 잇따라 매년 5월9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는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끓는다. 대형 포스터가 크레믈궁 외벽을 뒤덮고, 구소련의 영광을 상징하는 붉은광장에는 탱크와 군악대의 행렬이 이어진다. 광장을 메운 수만명의 군중은 환호성을 지르고, 하늘에선 전폭기가 굉음을 내며 비행한다.

이날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이 소련에 항복한 날로, 참전 용사들의 영광을 기리는 러시아 최고의 국경일이다. 러시아는 탈냉전 이후 매 10주년 기념식에 독일 등 패전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정상들을 초청해 종전을 축하하고 세계 평화에 대해 논의해 왔다.

70주년을 맞은 올해 러시아 전승 기념식 참석 여부를 둘러싼 각국의 외교 줄다리기는 전례없이 치열하다. 우크라이나를 놓고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지속되는 등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2013년 제2차 세계대전 전승 68주년을 기념하는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역대 최대 규모… 최첨단 신무기도 공개

올해 러시아의 전승기념식은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진다. 올레크 살류코프 러시아 육군 총사령관은 앞서 “전승 70주년 기념행사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며 ‘초대형’ 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번 70주년 기념식을 직접 관장하며, 지난해 12월 전승 기념행사 개요와 이행조치를 담은 대통령령을 발포했다.

올해 행사에는 2010년 65주년 기념식(1만1100여명) 이후 최대 규모인 병력 1만4000여명이 투입된다. 무장 차량 194대, 전투기 및 헬리콥터 150대도 등장할 예정이다. 또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탱크를 능가한다는 차세대 전차 ‘아르마타’, 초음속 대함 미사일, 쌍열자주포 ‘코알라치야’ 등 최첨단 무기를 최초로 선보이며 ‘강한 러시아’의 면모를 강조할 계획이다.

◆러시아 초청장 놓고 각국 정상 고심


크림반도 병합으로 막대한 군비를 지출한 데다 루블화 가치 급락,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러시아가 초대규모의 기념식을 벌이려는 데는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

전세계에 러시아의 국력을 과시하는 한편 많은 외국 정상들을 초빙함으로써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국제적 고립과 군사적 긴장을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참석에 큰 기대를 걸었다. 북·러 관계 긴밀화는 물론 남북 정상 회동 등 국제적 관심사를 이끌어낼 정치적 이벤트를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바람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애초 최종 참석자 명단을 지난달 말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복잡한 국제정세에 각국이 러시아의 초청장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해 발표가 늦춰지고 있다. 미국은 일찌감치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러시아의 초청을 거절했다. 여기에 “주권과 영토의 단일성이란 원칙에 근거해 전세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나라들도 불참을 결정할 것을 압박했다.

이에 따라 패전국임에도 매년 이 행사에 참석해 전승을 축하하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불참하기로 했다. 이어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서방 주요국 정상들이 불참 의사를 표명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불참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념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도 장고 끝에 불참 대열에 합류했다. 대신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을 특사로 파견하기로 했다.

반면 김 제1위원장을 비롯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 등 30명 이상(지난 3월 기준)의 정상들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아직 참가 여부를 밝히지 않은 국가들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참가국은 더욱 늘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60주년(53개국 정상 참가)에는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이미 방러를 결정한 국가도 참가 범위 등을 두고 막판까지 논란을 겪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 중 유일하게 기념식에 참석하기로 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하지 않고 김 제1위원장과 만나더라도 악수조차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만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들은 참석 결정을 두고 국내외 반발 여론이 쏟아지자 행사는 참석하겠지만 분명히 선을 긋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의 외면이 계속되자 푸틴 대통령은 최근 미국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푸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TV방송으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러시아는 제국(소련)을 부활하지 않을 것이며 그런 야망도 없다. 그런데도 미국은 동맹 대신 가신만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누구도 적으로 보지 않는 만큼 남들도 러시아를 적으로 보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군대는 없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일 일도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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