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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맛 제대로 보여드릴게요”

입력 : 2015-04-19 20:57:47 수정 : 2015-04-19 20: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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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연출가 양정웅 5월 12일부터 ‘페리클레스’ 무대 올려
연극 연출가 양정웅(47·사진)은 지금도 2012년 5월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의 극단 ‘여행자’는 이날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으로 영국 런던 글로브 극장 무대에 섰다. 글로브 극장은 셰익스피어의 상징 같은 장소다. 이곳에 한국 극단이 초청받기는 처음이었다. 1400석이 모두 팔렸다. 막이 내리자 15분간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이날은 인생에서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셰익스피어 형님한테 정말 기를 많이 받았어요. 극장 마당에서 연습하는데 ‘연극이 이렇게 힘이 있구나. 셰익스피어 연극을 목숨 바쳐 하리라’ 하며 흥분했어요. 우리 배우들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죠. 엄청난 삶의 활력과 에너지를 느꼈어요. 국내는 물론 외국인에게도 우리 연극을 더 보여주고 싶다는 사명감도 생겼어요.”

양정웅은 ‘연극 한류’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18년 전 극단을 만들어 15년간 해외 30개국에서 공연했다. 이 중심에 셰익스피어가 있었다. 2005년에는 ‘한여름 밤의 꿈’으로 영국 에든버러 축제를 찾았다. 이듬해에는 같은 작품으로 세계적 극장인 영국 바비칸 센터에서 공연했다. 그만큼 셰익스피어와 그의 인연은 특별하다.

스스로를 ‘셰익스피어를 사모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양정웅이 다시 셰익스피어를 연출한다. 이번에는 후기 로맨스극 4부작 중 첫 번째인 ‘페리클레스’다. ‘페리클레스’는 셰익스피어 시대에 큰 인기를 누렸지만 국내에서는 만나기 어려웠다. 경기고 연극반 출신 모임인 화동연우회가 2010년 초연한 것이 전부다. 이번에는 내달 12∼31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객석이 1000석이니 작품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도 있을 법한 잔혹한 현실을 다루지만, 희망과 낭만, 판타지를 꿈꿀 수 있는 작품이에요. 현실은 어두워도 삶이라는 게 살아볼 가치가 있다고 말하죠. 셰익스피어 후기작에는 용서와 화해가 녹아있어요. 각박한 21세기의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인 것 같아요. 원작을 읽을수록, 연습하면 할수록 작품이 아름답게 다가와요.”

희곡은 타이어의 군주 페리클레스가 겪는 고난을 다룬다. 그는 안티오크 왕의 함정에 빠져 도피하던 중 태풍을 만나 겨우 목숨을 건진다. 세이사 공주를 만나 결혼하면서 시련이 끝나는가 싶었지만 만삭의 아내가 딸을 낳다가 숨지고 만다. 딸은 다른 이에게 맡겨져 자란다. 인물들이 펜타폴리스 왕국, 에베소 등 다섯 지역을 옮겨다니는 방대한 작품이라 연출하기가 쉽지 않다. 양정웅은 “영화와 방송이 할 수 없는 연극다운 표현이 뭘까 고민하면서 연출 중”이라며 “결국 연극이 보여줄 수 있는 건 뮤지컬의 화려한 무대장치나 영화의 장관이 아니라 사건을 겪는 인간 내면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사는 요즘 어법에 맞게 손보되 원작의 시적 표현을 최대한 살렸다.

“시적인 대사가 셰익스피어의 맛이거든요. 처음 보는 분들도 묘미를 느낄 수 있게 대사의 맛을 살렸어요. 전통음식을 현대인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다시 요리한다고 할까요. 셰익스피어는 배우면 배울수록 훨씬 재밌게 즐길 수 있어요. 우리가 겪는 현실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게 기가 막혀요.”

공연에는 극단 여행자의 배우들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나온다. 유 전 장관은 해설자 가우스와 늙은 페리클레스 역을 맡는다. 양정웅은 유 전 장관에 대해 “배우로서 훌륭하고 열려 있고 흥겨운 에너지를 준다”며 “연기를 안 하기에는 아까운 분”이라고 평했다. 앞으로 그의 꿈은 셰익스피어가 남긴 작품 37편을 모두 연출하는 것이다. 지금껏 무대에 올린 작품은 여섯 편. 우선은 후기 로맨스극 4편을 연달아 연출하고 4대 비극 중 못해본 ‘오셀로’도 손대고 싶다.

“제가 요만큼 해보고 셰익스피어를 안다고 할 수는 없을 거예요. ‘페리클레스’를 하면서도 공부하는 중이에요. 셰익스피어에 빠져드는 이유는 이야기가 너무 재밌기 때문이죠. 우리 삶과 많이 닮았고, 지극히 연극적이에요. 그래서인지 마당에서 흐드러지게 노는 한국적 연희와 맞는 것 같아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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