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수찬의 軍] '주먹밥에서 발열식까지' 전투식량의 모든 것

입력 : 2015-04-19 10:23:14 수정 : 2015-04-19 10:59:1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훈련중인 육군 병사들(자료사진)

“승리를 원하거든 병사들의 배부터 채워라” “굶주린 군대는 절대 승리할 수 없다” “승리의 가장 큰 저해 요소는 적군이 아닌 병사들의 굶주림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수많은 명장들이 강조하고 또 강조한 것이 바로 병사들의 ‘먹거리’다. 특히 전투 중 먹는 전투식량은 전장에서 장병들의 생존은 물론 심리적 안정감과 활동성을 보장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전투식량을 만들어 병사들에게 제공한다. 미국은 무슬림, 채식주의자를 위한 전투식량을 따로 공급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술이나 과일음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 군도 훈련 과정에서 장병들을 위한 전투식량을 제공하고 있으나 메뉴 종류가 제한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 주먹밥에서 첨단 발열식 전투식량까지

우리 군이 전투식량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베트남전이 최초이다. 6.25 당시에는  주먹밥, 김밥, 말린 쌀, 비스킷, 미숫가루가 대표적인 전투식량이었다.

베트남전 당시 우리 군에는 미군에게 지급되는 통조림 형식의 전투식량(MCI)이 지급됐다. 하지만 미국식 먹거리로 구성되어 장병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이에 1967년 2월부터 밥과 김치 등으로 구성된 통조림인 K 레이션이 보급됐다.

이후 1980년대 뜨거운 물로 데워서 먹는 ‘전투식량 Ⅰ(쇠고기·김치·햄 볶음밥)’과 물을 부어 먹는 ‘전투식량 Ⅱ(김치·야채비빔밥, 잡채밥)’ 형이 등장한다. 이 전투식량들은 1992~94년 식단수를 확대하는 개량이 이루어졌고, 특전사 등 특수부대원들을 위한 특전식량이 추가됐다. 특전식량에는 땅콩, 강정, 초콜릿, 어포 등이 첨가되어 있다.


즉석 취식용 전투식량. 물 없이도 데워먹을 수 있다.


1996년 강릉 대 간첩 작전 직후에는 물과 불이 없어도 급식이 가능한 전투식량 개발이 요구됐다. 이에 발열 팩을 포함한 즉각 취식형 전투식량(쇠고기·햄 볶음밥)이 2005년부터 보급되고 있다. 즉각 취식형 전투식량은 볶음밥과 양념소시지, 쇠고기 콩, 볶음김치, 초코볼, 파운드케이크 등으로 구성돼 있고 물과 불이 없어도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

장병들은 즉각 취식형 전투식량을 선호한다. 발열체를 이용해 식사를 쉽게 데울 수 있고 맛도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함께 제공되는 파운드케이크는 퍽퍽해서 우유나 초코볼을 녹여 함께 먹기도 한다

일반 전투식량의 1회분 칼로리는 1100kcal, 특전식량은 1000kcal다. 유통기한은 2~3년 정도로 주기적으로 병사들에게 지급돼 소비된다.

◆ 장병 입맛 충족 못해, ‘햇반, 즉석 누룽지’ 도입 주장도

우리 군의 전투식량이 예전에 비해 크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세대 장병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11개 식단 중 4개가 중복되고 간식이나 후식이 제공되지 않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즉각 취식형 전투식량도 미군(무게 867g, 부피 1960㎤) 대비 중량(1028g)과 부피(2209㎤)가 커 장병들에게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3년 11월 숙대입구역에서 열린 무기체계 전시회에서 시민들이 전투식량을 시식하고 있다.


한 예비역 장교는 “2000년대 이후 식단 개선이나 품질 향상 등의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훈련을 나가면 병사들은 PX에서 미리 구입한 고추장볶음이나 통조림 등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특전사 출신 예비역 간부도 “특전사에서 훈련을 할 때 특전식량 안에 있는 쥐포나 주스가루 등만 먹고 나머지는 따로 준비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와 아프간에 파병된 미군 장병들이 최대 6개월 동안 전투식량을 먹으며 싸웠던 점을 감안하면 맛과 무게, 부피 등을 개선한 ‘가벼우면서도 먹기 쉽고 맛있는’ 전투식량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특히 민간에서 판매되는 햇반 등 즉석 식품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한 요리전문가는 “햇반과 즉석 누룽지 등을 군대 보조식량으로 도입하면 선진국의 크래커나 빵 못지 않은 식단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군 당국의 전향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미군처럼 야전병원에 입원한 부상자와 낙오자, 재난 시 이재민 등을 위한 전투식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군 관계자는 “전장에 투입된 장병들에게 ‘어떤 식량을 효율적으로 급식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가 됐다”며 “심도깊은 연구를 통해 장병들의 기호와 전술적 특성을 모두 충족하는 전투식량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