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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대세다. 주말 황금시간대에 아빠의 육아를 다룬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더니 중년 아빠와 딸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예능프로그램도 등장했다. 하긴 요즘 대학 입학식, 졸업식에 참석하는 아빠들이 늘고 있는데 ‘딸바보’ 아빠들이 많아서란다. 초등학교 1학년 조카딸도 아빠와 함께 마트를 가거나 음식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 일터, 술자리에나 어울릴 법한 아빠들의 가정으로의 귀환이라고 할까.

일상에서 장바구니를 들거나 유모차를 끌고 가는 아빠들을 종종 마주친다. 그래도 아이의 기저귀를 갈거나 분유를 타먹이는 아빠 모습은 아직 낯설다. 육아 방송이 돈벌이인 연예인들이야 몰라도 일반 직장인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건 쉽지 않으니까. 그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는 아빠들이 최근 늘고 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육아휴직을 간 아빠는 8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늘었다.

“육아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의 변화,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아빠의 달’ 제도의 긍정적인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육아 예능 프로그램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 꾸준히 느는 추세라고는 하나, 같은 기간 전체 육아휴직자 1만9743명의 4.5% 정도다. 독일, 프랑스, 핀란드 등 유럽의 ‘부성휴가’ 사용률 80%대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젖먹이로부터 배밀이, 뒤집기, 낮은 포복으로부터 기어가기, 일어서기, 아장아장 걷기…. 무엇이든 ‘처음’이었던 순간을 아기와 함께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30대 장모씨의 ‘아빠는 육아초보’ 수기집의 한 대목이다. 모성 못지않은 ‘부성’이 느껴진다. 승진에서 누락되지 않을까, 생활비에 쪼들리지는 않을까 등등 여러 망설임 끝에 육아휴직을 결정한 아빠들은 아이 인생의 소중한 한 페이지를 ‘공유’했다는 뿌듯함에 만족해한다.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는 진화생물학자로 유명하지만 페미니스트이기도 하다. 호주제 폐지에 기여한 공로로 남성 최초로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았다. 몇 년 전 그를 인터뷰할 때 “양성평등이야말로 남성 해방”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남자들도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찜질방에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가장으로서 무거운 짐을 벗을 수 있다면.” 아빠 육아야말로 가사 부담은 물론 가장의 책임도 나누는 제도다. 아직 휴직계를 던질 용기를 못 내는 아빠들이 많은 현실이긴 하지만.

황정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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