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여당이 이 같은 규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주세법 등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다.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도 아니다. 동네 술집 같은 소규모 소매점을 보호하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물론 그 이면에는 전통적 지지층 감싸기라는 정치적 노림수도 담겨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지난 14일 주세법 등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 내용의 골격은 정부가 가격 등 적정한 거래 기준을 정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업자에게 시정명령, 500만엔 이하 벌금, 면허 취소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지지도 얻었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6월24일) 안에 법안을 제출해 통과시킨 뒤 1년 내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동네 술집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2003년 출점 규제 완화가 계기가 됐다. 편의점과 약국도 판매경쟁에 뛰어들면서 경쟁자가 많아졌다. 대기업 슈퍼마켓과 할인점 등은 대량 구입에 의한 매입가 인하, 그에 따른 저가 판매로 점유율을 높여갔다.
하지만 법 개정안은 소비자 이익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격 인하 경쟁을 막으면 제품의 실질 가격이 오르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한 소비자도 “가격이 싼 쪽이 좋은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일본 정부와 여당이 나선 것은 동네 술집 주인들이 대체로 ‘아군’이기 때문이다. 한 자민당 의원은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점 경영자들은 지역 명사인 경우가 많고, 전통적으로 자민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그 목소리를 무시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