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종료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수도권매립지 주변 주민들은 매립지 조성 당시 약속한 대로 2016년 매립을 종료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반입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서울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생활쓰레기의 약 23%를 수도권매립지로 보냈던 서울시는 최근 ‘생활쓰레기 직매립 제로 선언’을 했다. 최홍식 자원순환과장은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하거나 소각장을 지을 곳을 더는 찾을 수 없다”면서 “우리는 쓰레기와의 전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산 부산진구가 서면 중심가의 쓰레기 무단 투기에 대한 시민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실시한 3일간의 '청소 파업' 후 구청 직원과 관변 단체 회원들이 무단 투기로 쌓인 쓰레기 봉투를 치우고 있다. 사진=연합 |
종량제봉투째 매립될 뻔한 쓰레기가 연료로 부활하는 시설이 있다. 지난 4월 24일 인천 백석동 수도권매립지 안에 설치된 ‘가연성폐기물 자원화 시범시설’을 찾았다.
종량제봉투에 들어 있던 쓰레기는 파봉 후 선별을 거쳐 재활용할 것과 매립할 것, 연료로 만들 것(가연성) 등으로 나뉜다. 캔, 병뚜껑 등 재활용이 가능한 철재류는 따로 모은다. |
이곳에서는 하루 100t의 고형연료를 생산해 열병합발전소에 판매하고 있다. 시범시설이라 수도권매립지에 들어오는 생활쓰레기의 4%밖에 소화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시설을 대폭 확충해 매립지에 반입되는 생활쓰레기 전량을 처리해 직매립 제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매립 종료 문제를 놓고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추진은 중단됐다. 수요처가 없어 수지타산을 맞추기 버거운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쓰레기를 자원으로 활용해 천연자원과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자원순환사회’로의 전환을 이루기 위한 일환으로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자순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환경부 김동구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자순법이 시행되면 단순 매립·소각되는 연간 2300만t의 폐기물 가운데 1000만t을 자원순환경제로 회수할 수 있다”며 “매립을 제로화하면 매립지 수명도 20년 이상 연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정부·여야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안 5건이 제출돼 법안소위에서 논의 중이다. 자원순환사회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소명이고 관련법 제정의 시급성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순환자원과 폐기물의 개념 등 세부 내용에 있어 정부와 재활용업계, 시민단체 등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 법안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폐기물에서 제외해 순환자원으로 인정토록 했다. 이때 정부는 경제성과 환경성 두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유용성만 있으면 규제없이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 獨, 2020년까지 쓰레기 매립 ‘0으로’
선진국은 환경·에너지·자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자원순환사회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매립을 금지하고 재활용을 강화하며 자원과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는 구조로 사회시스템을 바꿨다.
우리는 16%에 이르는 생활쓰레기 매립률이 선진국의 경우 0∼3% 수준에 불과하다.
독일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환경정책을 추진하는 나라다. 1996년에 자원순환 관련법을 제정했고 2005년 쓰레기 직매립 금지라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 생활쓰레기 매립률을 2012년 0.5%로 줄였다.
2020년에는 아예 생활쓰레기 매립지를 폐쇄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독일은 철저한 생산·오염자 부담원칙을 적용해 그들로부터 필요한 재정을 충당한다. 체계적인 폐기물 관리 정책 덕분에 독일에서는 경제가 성장해도 폐기물이 증가하지 않는다. 성장을 유지하면서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된 것이다.
벨기에의 쓰레기봉투는 4가지 색깔로 구분된다. 매립 등에 이용되는 처분용 봉투는 재활용 봉투보다 5배가 비싸고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된다.
EU(유럽연합) 19개국은 매립·소각부담금 제도를 도입해 매립량을 2004년에 비해 2012년 18%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일본도 2001년부터 순환형사회 형성법 제정을 통해 직매립량을 전체 쓰레기 배출량의 1.5% 미만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인천=글 윤지희, 사진 김범준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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