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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재활용 천으로 만든 드레스·청바지…
기업들 미래 대비해 ‘지속가능한 패션’ 고민중
글로벌 패션기업 H&M의 검정 홀터넥 드레스는 100% 재생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졌다. 쉽게 말해 플라스틱 페트(PET)로 만든 옷이다. 낚시그물, 카펫 등도 섞였다. 그렇다고 후줄근하지는 않다. 검정색 천이 겹겹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여느 레드카펫 드레스 못지않다. 만드는 과정에도 재생 전기가 쓰였다. 그만큼 에너지를 절약했다. 드레스가 낡으면 H&M 매장에 가져가면 된다. 모아진 헌옷은 새 옷의 재료로 재탄생한다. 이 드레스의 일생은 H&M이 그리는 ‘닫힌 순환구조’(Closing the Loop)를 잘 보여준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이 브랜드는 옷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유기농 리넨·면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든 H&M 제품들(사진 위). 페트병을 재활용한 옷감으로 만든 MCM의 ‘캡슐 컬렉션’.
패션계가 환경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 패션에서는 윤리보다 과시적 소비가 우선시됐다. 멋을 위해 숱한 동물이 희생되고 모피 논란이 일었다. 글로벌 기업들은 제3세계 아동노동을 착취한다고 비판받았다. 그러나 최근 패션기업들은 먼저 나서서 친환경을 얘기한다. 일시적 구호를 넘어 환경·노동·인권을 포괄한 ‘지속가능한 패션’을 내거는 곳도 늘고 있다.

H&M의 경우 2020년까지 모든 면 의류를 유기농·재생 면, 베터 코튼(Better Cotten)으로 만들 계획이다. 베터 코튼은 물 사용을 줄이고 살충제·화학비료 대신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목화에서 얻는다. H&M은 현재 전체 면 제품의 21.8%를 유기농·재생·베터 면으로 만들고 있다.

이 브랜드는 탄소 배출량도 매년 4%씩 줄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세계 매장이 본사에 일일이 전기 사용량까지 보고한다. 소비자가 입던 옷을 매장에 가져오면 쿠폰도 준다. H&M 옷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렇게 모인 헌 옷은 새 옷의 재료로 쓰인다. 현재까지 1만3000t의 옷감을 수거했다. 티셔츠 6500만장에 해당하는 양이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 생산 과정에서 노동·인권 침해 역시 금하고 있다. 2002년부터는 이런 노력들을 모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매년 발표한다. 이 보고서는 회계감사 보고서처럼 외부 감사를 받는다. H&M 정해진 홍보팀장은 “유럽에서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표하지 않는 기업은 상장(IPO) 업체가 아니라고 간주될 정도”라며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이 보고서가 없으면 소비자단체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H&M 외에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쏟는 패션 기업이 늘고 있다. MCM은 이달 초 에코사이클과 손잡고 ‘캡슐 컬렉션’을 내놓았다. 재활용 캔버스로 만든 백팩, 토트, 클러치 등 다양한 가방을 소개했다. 재활용 캔버스는 페트병으로 만들었으며, 가방 크기에 따라 4∼27개의 병이 들어갔다. 각 제품에는 얼마나 많은 페트병이 쓰였는지 표시돼 있다. 에코사이클은 코카콜라와 래퍼 윌아이엠이 함께 만든 브랜드로, 기존 자원을 재활용한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리바이스는 친환경 제품으로 워터리스 진과 웨이스트리스 진을 선보이고 있다. 워터리스 진은 청바지를 만들 때 들어가는 물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지난해까지 이 공법으로 절약한 물의 양만 7억7000만ℓ다. 웨이스트리스 진 한 벌에는 약 8개의 페트병이 쓰인다.

아웃도어 업계도 투습·방수 등에서 뛰어난 기능을 보이는 친환경 소재에 주목하고 있다. 각 브랜드는 커피 원두에서 나노 입자를 추출해 원사에 주입한 ‘에스카페’ 원단, 코코넛 열매에서 섬유를 추출한 ‘코코나’ 등을 적용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재활용 천으로 만든 리바이스 웨이스트리스 진.
패션기업이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이유는 단순히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정해진 팀장은 “5, 10년 후면 면화 재배지역이 줄고 면화 가격과 임금이 상승해 의류 기업이 기존 자원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패션’은 기업 입장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유기농 음식이나 화장품을 소비하듯 옷에서도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에 이들이 비싸지 않은 가격대에서 의식 있고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고민은 산업사회의 생산·소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 이어지고 있다. 심상보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교수는 “제철 과일처럼 제철 의상을 입자”며 “캐시미어든 울이든 철마다 자연에서 나오는 만큼 소재를 사용하고 잘 만들어진 제품을 감사하며 오래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친환경 패션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자연을 생각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 돼야 한다”며 “제조·유통·소비 과정 모두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이어야 하며, 이제는 윤리적이란 표현 대신 ‘정상적’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 친환경 소재엔 뭐가 있나

●재생 폴리에스터

유성폐기물인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한 소재다. 낚시 그물이나 카펫 등으로도 만든다.

●유기농 삼

삼은 추운 기후에서 잘 자라고 목화보다 단위 면적 당 훨씬 많은 섬유를 생산한다. 재배 과정에서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토양도 개선시킨다.

●유기농 비단·면·리넨

유기농 비단은 유기농 뽕나무에서 사는 누에로부터 얻는다. 유기농 리넨은 아마가 원료다. 유기농 뽕나무와 목화, 아마는 유전자변형작물(GMO)이 아니며 살충제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텐셀·모노셀

텐셀은 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받은 유칼립투스에서 나오는 소재다. 나무에서 섬유를 뽑는 공정이 친환경적이다. 저지, 니트, 우븐 의류에 잘 어울린다. 모노셀은 텐셀과 같은 성질이지만, 대나무가 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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