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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세계물포럼

입력 : 2015-04-13 19:44:07 수정 : 2015-04-13 20: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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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대구 엑스포에서 열린 세계물포럼 개막식에서 ‘줄 당기기’ 퍼포먼스를 하던 중 물시계를 본뜬 나무 구조물이 각국 정상들 앞에서 넘어지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줄을 당긴 박근혜 대통령도 깜짝 놀랐다. 이번 해프닝은 포럼을 둘러싼 그간의 어수선한 분위기의 결정판이었다.

대구·경북 7차 세계물포럼은 이명박정부 시절 추진됐던 4대강 사업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조차 “전임 정부에서 4대강 사업 홍보를 위해 유치한 행사”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3년 전 프랑스에서 열린 6차 포럼에 참석해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기류가 달라졌다. 급기야 정부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하는 단계에 이르자, 포럼을 준비하는 관련 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조직위 모두 입장이 난처해졌다. 현 정부 들어서는 그 누구도 4대강과 포럼을 연결하려 하지 않았지만 막상 포럼이 시작되자 4대강이 다시 화제에 올랐다. 베네디토 브라가 세계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2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그 다음날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 이후 대한민국의 수환경은 악화일로에 있다”면서 “이것이 물산업 박람회장이나 다름없는 세계물포럼을 우려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명박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통해 물산업의 주도권을 쥐게 된 국토교통부는 이번 포럼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4대강 사업이 도마에 오르자 얼마 전에야 환경부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포럼 개최도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10년 넘게 포럼을 준비했던 강원도 춘천 대신 대구·경북으로 확정되자 ‘TK 몰아주기’라는 반발이 거셌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국제행사를 치르기 위해 그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행사에 관여했던 공무원마저 혀를 찼다.

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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