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로마 지도자에 배우라” 日 정치인에 던지는 시오노의 쓴소리

입력 : 2015-04-11 01:01:39 수정 : 2015-04-11 01:01:3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시오노 나나미의 국가와 역사/시오노 나나미 지음/오화정 옮김/혼미디어/1만6800원

‘로마인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사진)는 최신작 ‘국가와 역사’에서 일본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의 정신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평생 로마사와 베네치아 발전을 연구하는 데 매진한 시오노는 “현재 일본 정치인들은 솔선수범하는 로마의 지도자들에게서 배우라”고 일갈했다. 시오노는 “일본에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고령화 때문이 아니다. 사회 지도층의 정신 자세가 문제다. 떠안고 가야 할 것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렇게 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하는데, (사회 지도층이) 그렇지 않은 게 문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시오노는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로마의 지도자들은 병역의무가 없는 17세 미만이나 노예, 하층민은 일절 징용하지 않았다. 대신 지도층이 몸소 최전방에 나섰다”면서 “카르타고와의 전쟁에서 명장 한니발에게 로마의 집정관 10명이 희생당했다. 엘리트들이 스스로 나라를 지킨다는 소임을 다했던 것”이라고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지도자들은 1980년대 초부터 경제적 번영을 누리면서도 세계 운명의 일익을 일본이 맡겠다는 기개가 없었다. 이같이 한 발 뒤로 물러서는 자세가 사회에 전파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시오노 나나미 지음/오화정 옮김/혼미디어/1만6800원

시오노는 “역시 최고지도자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면서 “카이사르의 지도력은 ‘모든 사람은 활용할 수 있다’는 것과 ‘아랫사람들이 고생스러운 일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재능’”으로 집약했다.

시오노는 로마 역사에서 중요한 에피소드를 뽑아 현대 정치 상황에 접목하여 설명하면서 국가의 개혁을 제시한다. 그녀는 “로마가 당시 선진국이었던 그리스나 강국이었던 카르타고, 파르티아처럼 실패나 패배를 하지 않아서 팍스 로마나를 실현했던 건 아니다”면서 “숱한 실패와 패배 속에서 자기다움은 유지하되 고칠 것은 고치는 현실적인 냉정한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카이사르의 어록 가운데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밖에는 보지 못한다”는 문구를 인용하면서, 이는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하고 개혁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일본어 원제목이 ‘일본인에게 - 국가와 역사편’인 만큼 일본의 정치 현실과 사회 분위기를 꼬집은 대목이 많다. 그러나 침략으로 일그러진 일본 현대사의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을 그녀는 아베 신조 정부의 ‘퇴행적’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시오노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그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다. 이 책에서 한국 지도자들도 새겨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정승욱 선임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