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문화산책] 생각하는 별 먼지

관련이슈 문화산책

입력 : 2015-04-03 21:21:08 수정 : 2015-04-03 21:21:0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우주 속 하찮은 존재여, 하늘을 보라
억겁의 공력이 키운 ‘나’를 보리라
지구의 나이 46억 살, 우주의 나이 138억 살! 어마어마해서 아예 현실감이 없는 숫자를 적어놓고 나니 100년도 못하는 인생이 뭔가 싶다.

과학 교양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이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좋아했다는 그 책이다. 우주의 나이를 1년으로 축소해보니 재미있다. 지구의 탄생은 9월 14일, 공룡의 탄생은 크리스마스 이브, 꽃의 탄생은 12월28일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간의 탄생은 12월31일 밤 10시30분쯤이란다.

역사를 추적해 봐도 인간이라는 존재는 한없이 어리고, 공간적으로 봐도 지구는 너무나 평범하다. 1990년 2월14일, 우주 탐사선 보이저호가 64억㎞ 밖에서 지구를 찍어보낸 사진을 기억하는가. 70억 인구가 복작복작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우주에서는 다만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 불과했다. 이 사진을 찍도록 진두지휘한 칼 세이건은 그 의도를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지구라는 행성이 광활한 우주에 떠있는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지구가 그렇고 인간이 그럴진댄 그중 한 사람인 ‘나’라는 존재는 그야말로 점이다. 있다고 하니까 있는 거지 보이지도 않는 점! 실제로 칼 세이건은 인간을 별 먼지라고 말했다. 별들의 관점에서 보면 하찮기 그지없는 존재일 거라는 것이다.

“별들의 일생에 비한다면 사람의 일생은 하루살이에 불과하다. 단 하루의 무상한 삶을 영위하는 하루살이의 눈에는 우리 인간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지겹게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한심한 존재로 보일 것이다. 한편 별들의 눈에 비친 인간의 삶은 어떤 것일까. 아주 이상할 정도로 차갑고 지극히 단단한 규산염과 철로 만들어진 작은 공 모양의 땅덩어리에서 10억 분의 1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매우 하찮은 존재로 여겨질 것이다.” 인간의 일생이 하루살이와 다를 바 없다니 괜히 허무하다. 19세기 유럽에 불었던 허무주의 바람이 괜한 것이 아니지 싶다.

그러나 다른 차원에서 보면 그 허무의 바람이야말로 정화(淨化)의 바람이기도 하다. 먹고살기 위해 눈뜨는 순간부터 기계의 부속품처럼 움직이는 우리에게 인생은 길지 않고 그런 세상이 다가 아니니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는, 바람이 전하는 말일 수 있겠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
현대사회는 사람을 근시안으로 만든다. 멀리 보고 길게 보며 사는 것을 방해한다. 하루 단위, 시간 단위로 할 일을 해야 하는 우리는 잘나가는 사람일수록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산다. 몸속 시계가 작동하기 전에 알람에 맞춰 일어나, 깨지 않은 잠을 커피로 깨우고, 지옥철에 몸을 싣고 일터로 나가는 인생을 그래도 축복받은 인생으로 여기는 사회 아닌가. 상황은 언제나 복잡하고 몸은 늘 피곤하며, 마음은 한순간도 평화를 모른 채 산란하기만 하다. 한순간도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틈 없이 늘 전투자세로 살아야만 하는 우리는 그래서 늘 불안하고 늘 화가 나있다.

그런 우리에게 ‘코스모스’는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고 권한다. 그러면 우주의 나이 138억년이 빚어낸 오묘한 세계가 내 앞에 펼쳐져 있다고. 당신은 46억년의 세월이 기다려온, 태양이 피워낸 꽃이라고, 그러니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라고! 칼 세이건도 인간이 별 먼지는 별 먼지인데, “생각하는 별 먼지”라고 했다. 바로 생각함으로써 세계를 품고 우주를 보는 존재!

우리가 속한 은하계만 해도 4000만억개의 별이 있다고 한다.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의 꿈은 우리와 다른 별에서 또 다른 문명을 건설한 생각하는 별 먼지를 만나는 것이었다. 지구에만 생명이 산다는 건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엄청난 공간낭비일 테니.

그러나 철학자인 나의 꿈은 ‘나’를 만나는 것이다. 내 속에 무엇이 있어 우주가 겁의 시간이라고 해도 좋을 시간을 공들여 나를 키웠는지 그걸 알고 싶은 것이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