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영화를 무대로 옮긴 ‘원스’는 청소기 수리공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꿈은 거의 포기한 아일랜드 더블린 길거리 싱어 송 라이터와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꽃을 파는 체코 이민자가 음악으로 소통하는 이야기다. 특별히 화려한 무대장치나 의상, 오케스트라도 없이 주점 세트 무대에서 배우들이 노래와 연기, 연주를 모두 소화하며 인상적인 무대를 만들었다. 배우 12명 모두 뮤지션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각자 역할을 잘 소화해 ‘액터 뮤지션 뮤지컬’ 가능성을 확인케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뮤지컬 ‘원스‘는 개성 있는 배우들이 모두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엑터 뮤지션 뮤지컬’의 가능성을 확인한 작품이다. 신시컴퍼니 제공 |
특히 가수로서 인지도가 있는 윤도현의 가세는 원스를 더욱 빛나게 했다. 그는 연주와 노래에다 안정적인 연기까지 선보였다. “이제는 연기까지 잘하네”라는 평을 듣기에 충분했다. 윤도현은 “이 작품은 운명을 넘어 인생의 작품이 됐다. 처음으로 오디션에 참여해보고, 연습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극중 ‘가이’가 되기 위해 제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는 노력도 많이 한 작품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객에 다가서기 위한 ‘원스’ 팀의 노력도 남달랐다. 무대인 더블린 한 술집에서 공연이 시작되기 전 배우들은 즉흥 연주를 시작한다. 관객들은 공연 전이나 인터미션에 무대 위로 올라가 바에서 배우들과 함께 프리쇼를 즐기고, 음료도 사 마실 수 있다. 초반엔 “다소 상업적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했지만, 관객과 배우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로 관객들은 받아들였다.
‘원스’ 팀은 카페, 쇼핑센터, 회사, 길거리, 공연장 로비 등으로 나가 관객들을 직접 만나는 ‘버스킹’도 진행했다. 배우 모두가 연주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연장에만 머물지 않고 관객을 직접 찾아가 ‘원스’의 음악은 물론 대중가요와 팝을 새롭게 해석해 작품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
보는 이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겠지만 여주인공 ‘걸’의 체코식 영어 억양을 표현하기 위한 어색한(?) 사투리는 생경했고 일부 안무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음악으로 승부한 작품인 만큼 배우들이 만들어낸 에너지가 시종 관객을 따뜻하고 즐겁게 해준 것은 분명하다. 사랑을 꿈꾸는 청춘들에게는 ‘원스’ 같은 사랑의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설렘과 함께.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세계섹션>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