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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 도예가 이윤신의 다실

한동안 거실을 서재로 만드는 인테리어가 인기였다. 온 가족이 소파에 늘어져 TV를 보는 대신 책을 펼치자는 취지였다. 사람이 집을 만들지만, 역으로 집이 다시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실제 집 꾸밈새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퇴근 후 컴퓨터 앞에 주구장창 앉아있는 이라면 컴퓨터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눈의 피로가 줄어든다. 나아가 취미를 반영해 집을 꾸미면 휴식과 몰입, 즐거움이 함께하는 보금자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5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1회 ‘2015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이에 주목했다. 이 전시회에 참여한 디자이너 두 팀에게서 취미를 반영한 집 꾸미기에 대해 들어봤다.

“동물들이 한데 어우러진 정글에 꽃과 나무가 흐드러져 있습니다. 제가 직접 만든 그릇들이죠. 아침 햇살과 샘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어보세요. 원시림의 녹음과 잔디의 감촉을 느끼며 다실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세요.”

도예가인 이윤신 ‘㈜이윤신의 이도’ 대표는 이번 전시회에서 다실을 선보였다. 화가 앙리 루소의 작품에 영감을 받았다. 환상적·몽환적인 숲에서 차(茶)를 음미하는 여인을 떠올렸다. 주제는 ‘정글의 아침’. 그는 “다실과 정글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의아하겠지만 저는 차를 즐기는 일은 곧 자연을 닮아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물과 찻잎이 어우러져 색과 맛, 향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차의 근본”이라고 말했다. 이번 다실은 “물 흐르는 소리와 풀잎의 감촉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오감의 공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도예가 이윤신은 화가 앙리 루소의 작품에 영감 받아 정글 속에서 자연을 느끼며 차를 음미하는 다실을 만들었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제공
그는 국내 생활도자기 1세대 도예가다. 도자 브랜드 ‘이도’ 창립자이자 서울 구로구 가산동에서 W몰을 운영하는 원신월드 회장이기도 하다. 이번에 꾸민 다실은 사업가가 아닌 디자이너로서 그의 생활 방식과 예술관을 반영했다. ‘평소 TV 앞에 늘어져 있는 대신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질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하자 도자기를 만들어온 이답게 먼저 그릇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직접 만든 그릇에 맛있는 음식을 담아 소중한 이에게 대접하고, 평소 차를 즐기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30여년간 그릇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끼고 좋아하는 그릇이 생기면 여기에 음식을 담고 차를 따라서 주위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거든요. 먼저 예쁜 그릇도 구경해보고 비싼 게 아니더라도 내 취향에 맞는 나만의 다기 모음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누구나 차와 함께 하는 낭만적 공간을 꿈꾸지만 살림살이로 비좁은 집안에 다실을 들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대표는 그러나 “사실 다실은 그렇게 큰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며 “일본 다실의 원형은 성인 남성이 겨우 들어갈 정도, 그것도 온 몸의 무장을 해제한 상태에서야 출입이 가능한 작은 공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실은 일상에서 편안하게 대화하고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한 크기가 좋다”며 “거창한 공간을 마련하기보다 서재나 침실 한 쪽을 차 마시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차 마시는 순간은 분주한 일상 가운데 가장 편안하고 자유로운 힐링의 시간이어야 한다”며 “다도는 자신을 위한 배려이자 가장 쉽고 편한 취미생활”이라고 전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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