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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단지 걸고…도시락 싸오고…곳곳 유상급식 마찰

입력 : 2015-04-01 19:04:39 수정 : 2015-04-02 05: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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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무상급식 중단 첫날 표정 경남도의 예산지원 중단으로 도내 각급 학교급식이 무상에서 유상으로 전환된 1일 오전 진주시 지수초등학교 뒷마당. 학부모 10여명이 아침부터 큰 가마솥 2개에 닭죽을 끓이고 있었다.

낮 12시가 되자 주걱을 든 학부모들이 닭죽을 초등생 50여명에게 점심으로 떠줬다. 40분 후에는 중학생 25명에게도 남아 있는 닭죽을 나눠줬다. 무상급식 중단 반대 표시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지수초등교는 학생 수 부족으로 한때 폐교위기까지 몰렸던 학교로, 초등생과 중학생이 같이 공부하는 ‘혼합형 학교’다. 

직접 조리하고… 경남도가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한 첫날인 1일 경남 진주시 지수면 지수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학교 건물 뒤편 공터에 가마솥 등 조리시설을 설치해 자녀들의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이 학교 학부모 10여명은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하는 표시로 닭죽을 조리해 직접 학생들에게 배식했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 진현극 공동대표는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으로 가난을 노출해야 하는 학부모의 마음도,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츠러들 아이들의 마음도, 급식비 미납명세서를 학생 손에 쥐여줘야 할 선생님의 마음도 모두 가슴 아픈 현실이 돼 참담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동안 무상급식 대상이었던 경남도내 전체 990개 초·중·고 중 756개 학교 21만8000여명이 이날부터 급식비를 내고 학교 급식을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6만6000여명의 저소득층 자녀와 특수학교 학생은 종전대로 무상급식이 유지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장 자녀 1인당 월 4만∼6만원의 급식비를 부담하게 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 자녀를 둔 이나미(44·창원시)씨는 “비정규직으로 일을 나가 월 70만원을 벌고 있는데, 아이들 둘 연간 급식비 부담액이 한 달치 벌이를 초과해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한숨을 지었다.

특히 농촌지역 학교 학부모는 도시보다 더 많은 자녀 급식비를 부담해 ‘죽을 맛’이다. 전교생이 1000명 이상인 도시지역 초등학교는 평균 급식비 단가가 1850원 수준인데, 100명 미만인 농촌지역 학교는 3080원으로 도시보다 1000원 이상 비싸다. 학생 수가 많으면 식재료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반발 수위도 농촌지역이 훨씬 더 심하다. 하동군의 일부 학교 학부모는 자녀 도시락을 직접 싸주거나 점심을 집에서 먹도록 하고, 항의 수단으로 체험학습을 신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상급식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빈 식판 놓고… 1일 경남 창원시 신방초등학교 급식소에서 한 교사(오른쪽)가 경남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항의하는 뜻에서 빈 식판에 ‘무상급식은 평등과 배려의 시작입니다’라는 문구를 올려놓고 앉아 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이들이 ‘학원을 끊고 그 돈으로 급식비를 내면 안 되냐’고 물었다는 이야기는 이번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아이들의 마음을 단정적으로 보여준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나타냈다.

그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상급식이 중단된 교육감으로서 참담하다”며 잠시 울먹이면서 “무상급식 중단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소신이 원인이고 그 결과는 아이들에게 심리적 상처를 주고 학교 혼란은 물론 엄청난 교육력 손실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남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상급식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홍 지사는 지난해 11월 지자체 지원분의 무상급식 예산 감사를 경남도교육청이 거부하자 “감사 없는 예산지원은 없다”며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홍 지사는 “무차별 무상급식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간 격차를 더 심화시킨다”면서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교육격차를 줄이고 서민 자녀에게 좀 더 많은,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해 신분을 상승하고 부자가 될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창원=안원준 기자 am33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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