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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편리한 세상… 불편해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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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01 21:32:54 수정 : 2015-04-01 21: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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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금융감독원을 출입하는 기자가 최근 가장 많이 접하는 단어 중 하나다. 금감원은 최근 각종 피싱 사기가 잇따르자 신종 수법들을 소개하며 주의를 당부하는 자료를 쏟아냈다.

돈을 빼내기 위해 금감원 직원을 사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금감원 은행전산보안팀 이동수 과장’에 이어 ‘금감원 은행전산보안팀 박선영’이 등장했다. 물론 사기단이 만들어낸 가공 인물이다. 한 연예인은 실제로 ‘이동수 과장’에게 피해를 보기도 했다. 자신이 금감원 직원인데 ‘계좌정보가 노출됐다’며 직접 방문하겠으니 돈을 준비해 놓으라고 속인 일당이 경찰에 체포된 일도 있었다.

보이스피싱 범죄 구조는 간단하다. 범죄자는 상대방을 어떻게든 속여 계좌이체를 시킨 뒤 이체와 거의 동시에 돈을 빼간다. 피해자가 속았다는 것을 깨달을 때쯤이면 돈은 이미 사라진 뒤다. 10분 안에 신고하면 피해금액의 76%를 찾는다는 분석 결과가 있지만 10분 안에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게 현실이다.

금감원 담당국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피싱 피해를 줄일 방법이 있겠느냐고 물었다. “조금만 불편해지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일정 금액 이상 계좌 이체한 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1시간 안에는 찾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피싱 범죄자들이 돈을 빼가기 힘들게 시스템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급하게 돈이 필요해도 창구에서 본인임을 인증해야만 찾을 수 있다.

이진경 경제부
보이스피싱 관련 기사에 달렸던 댓글이 생각난다. 잃어버린 지갑을 누군가 주워 경찰에 가져다 줬다고 한다. 경찰이 신원조회로 지갑에 있는 신용카드사에 전화를 해 주인을 알려달라고 하니 카드회사에서 고객정보 보호를 이유로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지갑 주인을 찾아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결국 카드사가 나서 글쓴이의 집에 전화를 했다. 마침 글쓴이가 없어 본인 확인을 못했고, 그만큼 지갑을 되찾는 일은 늦어졌다는 사연이었다.

기술의 발달로 살기 편해진 만큼 이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역설에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스템이 범죄에 이용되면 보안은 강화되고 편리함은 그만큼 상쇄된다. 편리한 ATM이 생겨났지만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창구 이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 개인 확인 절차는 더 길어지고 까다로워졌다. 덩달아 불평도 커질 것이다. 불평을 줄이기 위해 시스템을 간소화하고, 다시 편리함을 추구하다 보면 또다시 피해자가 발생하는 과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서 안전하기까지 한 완벽한 시스템이 개발된다면 모를까 그전까지는 불편함과 유·무형적 피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을 택할지는 각자의 판단일 것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피해를 나라고 입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이진경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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