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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반기든 사우디… 중동 정치지형 요동

입력 : 2015-03-31 20:18:59 수정 : 2015-04-01 01: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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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아파 이란 핵협상에 불만, 이집트 등과 예멘서 군사작전
이스라엘과 군사협력 모색도
친미 vs 반미 전통 대결구도 깨져, NYT “탈미 행보 신호탄일 수도”
중동의 정치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당장은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시아파 계열 예멘 후티 반군을 격퇴하기 위한 각 연합작전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테러세력 격퇴보다는 아랍권 패권을 잡으려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리전 양상이라는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중동 정책 변화에 따른 친미 국가들의 불만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9개국 연합군은 31일(현지시간)에도 예멘 수도 사나와 북부 사다, 남부 아덴 진입로, 주요 항만·공항에 대한 7일째 공습을 이어갔다. 사우디는 지난 25일 후티 반군에 위협받고 있는 예멘 정부와 주민을 지키기 위해 ‘단호한 폭풍’ 작전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예멘에 지상군도 파견할 태세다. 리야드 야신 예멘 외무장관은 “수일 내로 사우디 지상군이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사우디는 예멘 군사개입 명분으로 ‘테러단체의 위협’을 내세웠다. 사우디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해 9월 시작된 미국 주도의 시리아 공습 때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사우디는 대IS 격퇴전에서는 공군기지 제공 등 측면지원에만 머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의 이번 예멘 공습이 IS 격퇴전에 이란을 끌어들이는 것도 모자라 핵협정까지 맺으려는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살먼 국왕과 아들 모하메드 국방장관 등 새 지도부의 불만 때문이라고 31일 분석했다.

사우디의 대후티 군사작전은 주요 아랍국의 탈미국 행보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고 NYT는 전망했다.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아메리칸대학의 가말 압델 가와드 솔탄 교수(정치학)는 “아랍권에서 동맹으로서 미국에 대한 신뢰는 많이 떨어진 편”이라며 “점증하는 중동 안보 불안 속에서 독자적인 ‘보험’을 들려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군사 협력도 모색 중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하지만 아랍국의 궁극적 목표는 탈미(脫美)보다는 용미(用美) 쪽에 가깝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나빌 파미 전 이집트 외무장관은 “많은 나라가 평소 독자적인 힘과 목소리를 갖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역내 패권국들에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말 카쇼기 사우디 언론인 겸 정부 보좌관도 “사우디 등은 후티 격퇴전이 도덕적으로나 명분 측면에서 크게 흠이 없다면 미국 역시 자신들을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종파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예멘 후티 반군은 30일 “북부 하자주 알마즈라크에 대한 아랍 연합군 공습으로 인근 난민촌에 머물던 피란민 40명 이상이 숨지고 민간인 250여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전했다. 이에 연합군 측은 후티 반군의 박격포 공격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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