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분쟁발생 땐 대화 해결” 약속
3년 갈등 종결… 檢·법원 판단 남아 삼성과 LG가 ‘세탁기 파손 사건’과 ‘기술유출 논쟁’ 등으로 3년여에 걸쳐 지루하게 끌어온 법적 분쟁을 끝내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31일 현재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공동 발표했다. 두 그룹 간 진행되어온 3가지 사안, 5건의 법적 분쟁도 사실상 종결됐다. 합의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과정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실익도 크지 않은 진흙탕싸움이라는 비판여론을 감안한 타협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 관련 쌍방 고소도 2012년부터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이밖에 삼성전자가 시스템 에어컨 효율화 국책과제 선정과 관련해 사업보고서를 빼돌린 혐의로 LG전자를 고소한 사건도 있다.
삼성과 LG는 이날 발표한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상호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했다”며 “앞으로 사업 수행 과정에서 갈등과 분쟁이 생길 경우 법적 조치를 지양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합의는 엄중한 국가경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데 힘을 모으고,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자는 최고경영진의 대승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 대해 고소 취하 등 필요한 절차를 밟고, 관계당국에도 선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상대방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팽팽히 맞섰던 양사가 극적 합의에 나선 것은 싸움을 계속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세탁기 파손 사건의 경우 상대방을 비방하는 보도자료와 사과 거부 등이 이어지면서 진흙탕싸움, 밥그릇 싸움이란 비판여론이 있었다.
양사는 상대방을 위해 탄원서 등을 제출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검찰과 재판부의 판단이 남아있어 모든 법적 절차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민사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형사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는 만큼 이번 화해가 향후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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