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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교회 중심 배타주의 만연… 이웃 종교 증오 대상 삼아 공격”

입력 : 2015-03-31 20:45:45 수정 : 2015-03-31 22: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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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쟁문화아카데미 종교포럼서 쓴소리 근대 한국 사회에서 배타주의를 조장한 것은 개신교이며 한국 개신교는 예수와 바울의 근본정신에서 멀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 개신교는 ‘권력-저항’ 담론이 아닌 ‘고통’의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열린 종교포럼에서다. 이 자리는 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의 대화-경계너머, 지금 여기’의 두 번째 마당이었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실장은 ‘개신교의 배타주의와 타자의 악마화’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배타주의로 인한 혐오스러운 역사와 가장 긴밀한 관련이 있는 종교라면 말할 것도 없이 그리스도교”라며 “한국 개신교는 근대 한국의 역사 속에서 타자를 배척하고 악마가 누구인지를 지목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대비평’ 편집주간, 한백교회 담임목사 등을 지냈다.

김 실장은 그리스도교가 배타주의적 성격을 갖게 된 역사적 맥락을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도교가 권력의 맛을 본 4세기 이후 성서나 그 밖의 여러 문서들의 신학적 개념들은 누군가를 향한 적대감과 얽힌 배타주의적 언어로 속속 재해석됐다”며 “이후 무수한 ‘이단들’이 발명됐고 이웃 종교들은 이교도로 낙인찍혔으며, 이들에 대한 무차별 폭력과 학살, 재산 몰수 등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배타주의적 재해석이 오랜 제국종교의 역사를 거치면서 마치 ‘본래부터’ 그랬다는 ‘기원의 신화’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또 “유럽에서는 제국주의의 몰락과 함께 그리스도교의 배타주의도 반성의 대상이 되었던 반면, 한국의 개신교는 여전히 악마로 지목할 대상을 찾고 있다”며 “이것은 시대에 따라 불교나 무속신앙에 대한 증오로, 혹은 성소수자나 무슬림에 대한 증오 등으로 발현된다”고 밝혔다.

그는 “의식을 가진 교인들은 점차 교회를 떠나고 극소수의 대형교회만이 교세를 확장하고 있다”며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더욱 퇴행적인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배타주의적 성격은 최근에 와서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예수와 바울은 배제의 질서를 구축하고자 했던 체제와 싸웠으나 현대의 정통파 그리스도교는 예수와 바울이 아닌 그들이 싸웠던 체제를 닮아가고 있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를 걱정하는 핵심은 바로 이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토론에서 “가톨릭이나 불교도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종교라도 권력에 영합해 배타주의적인 모습을 드러낸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그렇다고 종교에서 배타주의적인 성격을 버릴 수는 없다. 사적 영역으로서의 신앙과 공적 영역으로서의 종교를 구분하자”고 제안했고,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은 “배타성이 이웃 종교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종교 간 대화를 일상적인 전투장으로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제3회 종교포럼은 오는 25일 개최된다. 제1부 ‘무엇이 걱정인가’의 마지막 순서로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이 ‘가톨릭의 권위주의’라는 제목으로 발제에 나선다.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www.hwajaeng.org)를 통해 받고 있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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