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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자기정치’를 경계하는 소통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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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31 21:19:23 수정 : 2015-03-31 22: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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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청와대 만들려는 소통 위한 행보
자칫 대통령에 누 될라 조심스럽지만
사심 없는 광폭행보에 국민들 박수 보낼 것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라고 한다. 언론의 관심이 지나쳐서다. 불통의 청와대가 달라지고 있다는 보도가 꼬리를 문다. 대부분 변화의 중심에 이 실장이 있다는 내용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작은 실수 하나로 급변할 수 있는 게 여론이라 이 실장 어깨가 무겁다.

이 실장에 대한 호평은 전임 ‘왕실장’의 경우와 비교된다. “김기춘 전 실장에게 미안해 죽겠어.” 이 실장은 기자들에게 “제발 내 기사 좀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의 걱정은 신중한 성격에서 비롯한다. 보스를 위해 은밀히 일하는 게 그의 방식이다. ‘그림자 비서론’과 통한다.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상황이 편할 리 없다. 지난 2월27일 취임 일성이 ‘소통’인 신임 실장으로선 감수해야 할 부담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선 많은 만남이 필요하고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

허범구 정치부장
소통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지율을 까먹는 취약 과목이다. ‘열린’ 청와대 및 당·정·청 관계를 만드는 게 이 실장 소임이다. 그가 취임 한 달 동안 청와대 식구와 여의도 사람을 부지런히 만난 것은 그 일환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총리와는 수시로 ‘심야 당·정·청 번개’도 하고 있다. 4월1일엔 야당 지도부와 회동한다. 정치인이라면 존재감을 부각하는 광폭 행보다. “정치 잘한다”는 찬사를 듣는다. 정무직인 청와대 비서실장에게도 소통은 덕목이다. 다만 대통령을 보필하는 처지에서 뉴스메이커가 되는 것은 거북하고 송구스러울 수 있다. “대통령에게 누가 미칠까봐 이 실장이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31일 전했다.

소통 강화가 자칫 ‘자기정치’로 비칠 수 있는 점은 특히 고약하다. 친박 그룹에선 대선 승리 전까지 ‘자기정치’는 금기어로 여겨졌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기성장이 급한 멤버는 박 대통령 곁에 머물지 못했다. 김 대표도 그랬다. 2009년 4선의 평의원이던 그는 ‘더 큰 정치’의 기회를 원했다. 당시 ‘박근혜와의 화해’가 절실했던 주류 친이계는 원내대표 카드를 내밀었다. 박 대통령이 거부하자 김 대표는 “할 말 없다”며 외국으로 나가 불만을 내비쳤다. 둘 사이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친박 일부는 “김무성이 자기정치를 하려 한다”고 수군거렸다.

“사심이 없다”는 박 대통령의 표현은 신뢰를 뜻한다. 사심은 자기정치의 다른 말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김 전 실장을 “정말 드물게 사심 없는 분”이라고 평했다. 김 전 실장은 주군을 ‘정말 편하게’ 모시려했던 것 같다. 수석, 장관 보고를 받는 대통령의 ‘번거로운’ 일을 대신했다. 뒷말이 나올 외부와의 접촉, 특히 여의도 발걸음은 끊다시피 했다.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며 업무만 챙겼다. ‘김기춘 스타일’은 자기정치로 오해받을 빌미가 적었으나 부작용은 컸다. 소통 부재에 따른 비정상의 심화는 당·청 갈등을 키우고 국정 발목을 잡았다.

‘이병기 스타일’은 반성적 선택지다. 출발은 순조로우나 결말은 미지수다. 여야 관계, 정국 현안, 돌발 악재 등 변수가 많다. 세월호 1주기를 맞는 4월이 1차 시험대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 여부도 4월에 갈린다. 이 실장은 과제 풀이에 열공 중이다. 국정 운영이 원활해야 이병기 체제는 순항한다. 소통 약효도 인정된다. 관건은 시종일관의 ‘진정성’이다. 그래야 대화가 이어지고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이 실장은 원박(원조친박)이다. 자기정치의 ‘대가’를 잘 알아 항상 경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여권 인사는 “이 실장과 입장이 다른 견제 세력이 소통 확대를 비방, 음해하며 흔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소통 위축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강약 조절은 이 실장 몫이다. 분명한 점은 소통이 끊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10년 넘게 박 대통령과 함께하고 있다. 사심이 있다면 안 되는 일이다. 그가 초심을 지킨다면 대통령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간다”는 게 박근혜표 용인술이다. ‘소통 실장’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허범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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