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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진 골반 근육에… 중년 여성 ‘男 모를 통증’

입력 : 2015-03-30 20:09:01 수정 : 2015-03-30 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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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반장기탈출증 원인과 치료법은
주부 홍모(58·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얼마 전부터 소변이나 대변을 봐도 시원하지가 않았다. 시간도 오래 걸렸다. 특히 아래쪽이 무겁고 뭔가가 밑으로 당기는 느낌과 함께 질 밖으로 탁구공만 한 게 매달려 있는 듯한 불편을 느꼈다. 힘든 일을 하거나 오래 걸은 날 저녁에만 증상이 생겨 “나이 들면 이런 창피한 것도 다 생기나” 하고 생각하며 참고 지냈다. 그러나 점차 골반 내 장기들이 질을 통해 밀려 나오면서 어른 주먹만 한 게 항상 밑에 매달려 있는 지경이 돼 생활에 지장을 받게 됐다. 병원을 찾은 홍씨는 ‘골반장기탈출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중년 여성 가운데 홍씨처럼 골반장기탈출증으로 고생하는 여성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전문의들은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골반장기탈출증으로 불편을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중년 여성들을 위협하는 ‘골반장기탈출증’ 원인과 수술법을 살펴본다.

◆골반저근 약화·복압 증가시키는 생활습관이 원인

옛 어른들이 ‘밑 빠지는 병’이라 불렀던 골반장기탈출증은 자궁, 질, 방광, 직장을 지지하는 골반 바닥 부위 근육 약화로 뱃속 장기가 아래쪽으로 쏠려 돌출하는 질환을 말한다. 척추질환은 인간의 직립보행 탓에 생기는 대표적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골반장기탈출증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는 이유로 발병하고 악화하는 질환이다. 여성의 골반 장기 즉 방광, 자궁, 직장은 골반저근이라는 해먹 같은 구조물 위에 놓여 있다. 걸음을 걸으면 중력이 계속 작용해 골반저근이 약해지고 복압이 증가한다. 이런 경우 골반장기탈출증이 발생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의 주된 요인은 임신과 분만, 노화, 폐경이다. 비만이 있거나 기침을 많이 하는 사람, 천식·만성 기관지염·기관지확장증을 앓는 사람도 이 질환에 걸리기 쉽다.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취하는 자세나 습관 또한 골반장기탈출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사라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는 “쪼그려 앉은 자세로 걸레를 빨고, 꿇어앉아 걸레질을 많이 하고, 양손에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다니거나 큰 통을 들면 복압이 증가해 골반저근에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힘든 일을 할 때는 캐리어 등을 이용해 복압 증가를 줄이는 게 좋다. 기침이 잦은 경우에도 적절한 치료로 빨리 멎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사라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가 내원자에게 골반장기탈출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을 예방하려면 생활 속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들을 교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대 여성암병원 제공
◆수술이 근본 치료… 개인별 맞춤치료 필요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국소 여성호르몬 치료, 골반근육 강화 운동요법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근본 치료는 수술이다. 환자가 마취나 수술을 견디기 힘든 경우나 내과적 질환이 동반돼 수술이 어려울 때는 도넛처럼 생긴 페서리(Pessary)를 질 속에 집어넣어 탈출된 장기를 밀어올리게 된다. 그러나 잘 맞지 않는 페서리를 사용하거나 관리가 잘되지 않으면 질벽에 압박을 가하면서 지속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에 질 점막이 헐어 피가 나고 염증이 생기기 쉽다. 이 상태에서 치료를 소홀히 하면 누공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마취가 가능한 환자라면 수술이 필수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재발이 잘되는 질환이므로 수술을 잘해야 한다. 많게는 40%까지 재발한다는 통계도 있다. 재발 원인으로는 수술 후에도 직립보행으로 계속 중력이 작용해 골반의 장기를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궁이 빠졌다고 자궁절제술만 받은 경우 다시 골반장기탈출증이 생길 수 있다. 골반저근에는 자궁 외에도 방광, 직장이 있기 때문에 수술로 자궁만 제거하고 약해진 골반 지지 구조를 보강하지 않으면 다시 약해진 골반 지지 구조를 통해 방광, 직장, 그리고 소장까지 아래로 빠져나오게 된다.

자궁절제술을 받은 이후 절제술 자리가 다시 빠져나오면서 방광이나 직장이 같이 탈출 하는 것을 ‘질원개탈출증’(Vaginal Vault Prolapse)이라고 한다. 질원개탈출증은 자궁이 있는 상태에서 골반 장기가 탈출하는 경우와 달리 페서리를 삽입하는 방법이 효과가 별로 없어 수술로 교정해야 한다.

이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이 있다고 모두 같은 방법으로 수술하지 않는다”며 “환자의 상황에 맞게, 즉 연령과 향후 출산 계획, 성생활, 동반 질환, 골반장기탈출증 악화 요인의 정도 등에 따라서 개인별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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