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3년 4월 북한의 일방적 행태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과 폐쇄 이후 남북한은 7차례의 실무회담을 통해 임금 등 제도개선 문제는 공동위원회나 분과위원회를 통해 협의·해결하기로 했다. 북측의 이번 조치는 보란 듯이 남북한 합의 내용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행위인 셈이다.
지난해 3월 통신·통행·통관 합의 이행을 거부한 이후 7월에는 개성공단 통행 인원의 질서위반 행위에 대해 통행금지 등 강화된 제재 조치를 한다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우리 측에 통보했었다. 휴대전화와 USB 반입 금지 등의 규정을 어기면 기존에는 벌금을 부과했다. 통행금지는 휴대전화 반입 시 100달러, 출입시간 미준수 시 50달러 등 벌금을 내도록 하던 기존 제재보다 강화한 조치다.
개성공단 전경 |
지난해 11월 북측은 남한 기업인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임금 문제를 본격적으로 건드리기 시작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상한선 폐지를 비롯한 노동규정 10여개 조문을 개정한 사실을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무성의하게 공개했다. 당국 간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인데도 공단 문제를 협의하는 당국 간 창구인 남북 공동위원회를 무시하고 대남선전 매체를 이용한 것은 정부의 신경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총회에 참석한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
2003년 50달러로 시작한 최저임금은 남북 간 합의에 따라 2007년부터 해마다 5%씩 올라 현재 70.35달러(7만7000원)다. 5%에 묶어둔 인상률 제한 폭을 일방적으로 폐지한 북한이 올해 2월 제시한 인상률은 5.18%(74달러·8만1000원)로 3월분 임금이 지급되는 다음달 10일부터 적용을 요구하며 정부와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각종 수당까지 다 포함하면 실질임금이 이미 근로자 1인당 180달러가 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0.18%포인트 올린 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며 “남북 당국 간 관계가 좋아져야 할 텐데 그러지 않을까봐 기업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은 최저임금과 사회보험료처럼 우선적으로 시행이 가능한 2개 조항부터 적용하고 최대한 경제적 실리를 확보한 이후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응 수위를 봐가며 가급금(시간외 수당) 지급 및 퇴직보조금 지급 확대 등 다른 조항을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자의적 인상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당국 간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며 임금인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