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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공동협의 무시한 北 '슈퍼 갑질'… 개성공단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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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30 19:40:10 수정 : 2015-03-31 14: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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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행태에 또 운영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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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3일이면 북측이 지난 2013년 남측 인원에 대한 일방적인 개성공단 진입 금지로 공단 가동이 중단됐던 개성공단 사태 2주년이다. 당시 133일 만에 남북 합의로 정상화에 이르렀던 개성공단은 최근 북한의 일방적인 13개 노동규정 개정과 토지사용료 요구 등을 놓고 다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최악의 경우 가동 중단과 운영 폐쇄까지 이르렀던 2013년의 ‘개성공단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북한이 요구하는 액수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북한의 일방적·자의적 결정 방식이 반복되는 슈퍼 갑질 행태다. 남북 공동 협의와 합의를 통해 개성공단을 운영하기로 한 남북 합의 사항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남북 당국 사이에 끼인 애꿎은 남측 기업인들은 북측이 대북 전단 살포 중단 등 개성공단과 무관한 정치·군사적 상황과 공단 운영을 연계하는 일이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개성공단 발전 발목 잡는 북측의 ‘슈퍼 갑질’


2013년 4월 북한의 일방적 행태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과 폐쇄 이후 남북한은 7차례의 실무회담을 통해 임금 등 제도개선 문제는 공동위원회나 분과위원회를 통해 협의·해결하기로 했다. 북측의 이번 조치는 보란 듯이 남북한 합의 내용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행위인 셈이다.

지난해 3월 통신·통행·통관 합의 이행을 거부한 이후 7월에는 개성공단 통행 인원의 질서위반 행위에 대해 통행금지 등 강화된 제재 조치를 한다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우리 측에 통보했었다. 휴대전화와 USB 반입 금지 등의 규정을 어기면 기존에는 벌금을 부과했다. 통행금지는 휴대전화 반입 시 100달러, 출입시간 미준수 시 50달러 등 벌금을 내도록 하던 기존 제재보다 강화한 조치다. 

개성공단 전경
두 달 뒤인 9월에는 한 술 더 떠 계약 불이행 시 손해를 배상할 때까지 기업인을 억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개성공업지구법 기업창설운영규정 시행세칙’까지 들고 나왔다. 생떼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북측 법률인 개성공업지구법도 남북 간 합의는 이 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자의적 세칙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북측은 남한 기업인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임금 문제를 본격적으로 건드리기 시작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상한선 폐지를 비롯한 노동규정 10여개 조문을 개정한 사실을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무성의하게 공개했다. 당국 간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인데도 공단 문제를 협의하는 당국 간 창구인 남북 공동위원회를 무시하고 대남선전 매체를 이용한 것은 정부의 신경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총회에 참석한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인상폭이 아니라 북측의 일방적 행태”


2003년 50달러로 시작한 최저임금은 남북 간 합의에 따라 2007년부터 해마다 5%씩 올라 현재 70.35달러(7만7000원)다. 5%에 묶어둔 인상률 제한 폭을 일방적으로 폐지한 북한이 올해 2월 제시한 인상률은 5.18%(74달러·8만1000원)로 3월분 임금이 지급되는 다음달 10일부터 적용을 요구하며 정부와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각종 수당까지 다 포함하면 실질임금이 이미 근로자 1인당 180달러가 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0.18%포인트 올린 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며 “남북 당국 간 관계가 좋아져야 할 텐데 그러지 않을까봐 기업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은 최저임금과 사회보험료처럼 우선적으로 시행이 가능한 2개 조항부터 적용하고 최대한 경제적 실리를 확보한 이후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응 수위를 봐가며 가급금(시간외 수당) 지급 및 퇴직보조금 지급 확대 등 다른 조항을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자의적 인상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당국 간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며 임금인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태 악화를 우려한 정부는 일단 임금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노동규정 개정 문제와 따로 나눠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남측 관리위와 북측 총국 간 임금 인상 건을 합의한 이후 성격이 더 복잡한 노동규정 개정문제는 당국 간 협의를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얘기다. 올해부터 부과하기로 합의한 토지사용료와 더불어 다수의 노동개정 규정을 둘러싼 남북한 줄다리기 싸움으로 개성공단은 올 한 해 남북관계 개선 여부와 맞물려 우여곡절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국방위 제1위원장) 체제 이후 발표한 각종 경제개발 특구 사업은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야 성공할 수 있는데 개성공단 운영이 삐걱거리면 국제사회에 부정적 인식만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혀를 찼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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