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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생도의 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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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29 20:56:24 수정 : 2015-03-29 23: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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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만난 해군 A 장성은 대화 내내 ‘명예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해군이 방산비리와 성추문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해군의 슬로건도 ‘명예 해군’이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의 수사 결과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이 해군이다. 합수단에 의해 기소된 현역·예비역 군인 18명 중 13명이 해군 출신이며, 유일한 4성 장군인 전직 참모총장도 2명이나 방산비리에 연루돼 구속됐다. 지난해 함정 등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에 이어 얼마 전에는 3성 장군의 골프장 캐디 성희롱 사건까지 터졌다. A 장성은 “해군사관학교 출신들이 주로 사건의 중심에 있다 보니 해사 후배들 볼 면목이 없다”며 “입교 선서와 동시에 명예에 관한 모든 책임이 부여되는 생도들이 선배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선영 외교안보부 기자
#2. 공군사관학교 출신 B 소령은 “연달아 일어나는 군 사건·사고를 보며 장교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생도 시절 시험 때마다 칠판에 쓰인 명예·이성·양심이라는 글귀를 보며 ‘명예구호’를 외치던 생각이 자주 난다”고 말했다. 공사 생도들은 모든 시험을 감독관 없이 시행하는 ‘명예시험’을 치른다. 시험 시작 전에는 “우리는 우리가 행한, 행하고 있는, 행할 언행이 우리의 이성과 양심에 반함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자. 그리고 행하면 이것이 명예다”라고 명예구호를 외친다. 생도 자체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공사 10기생의 구호가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공사뿐 아니라 육사·해사도 이와 같은 명예시험 제도를 포함한 명예제도를 두고 있다.

#3. 육군사관학교는 사관생도 모집에 합격한 ‘예비생도’를 대상으로 한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 중 ‘명예의식’을 실시한다. 이 행사에서 예비생도들은 처음으로 예복을 착용한다. 예복은 비를 맞히면 안 될 정도로 생도들에게 신성한 의미를 갖는다. 육사 출신 C 소령은 “처음으로 예복을 입으면서 이제 내 행동 하나하나에 책임이 따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힘들고 고된 가입교 기간이었지만 당시의 가슴 벅찬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육사는 “명예는 ‘인격과 능력을 겸비하고 조국에 평생 봉사하는 미래 육군의 리더’가 되어야 하는 사관생도에게 있어 최우선적이며 필수적인 구비 요소”라고 설명하고 있다.

#4. “나를 파월 장병이 묻혀 있는 사병묘역에 묻어달라.” 지난 2013년 11월 별세한 채명신 장군(육사 5기)은 현충원 설립 사상 처음으로 장군 묘역을 마다하고 병사들 곁에 잠들었다. ‘월남전의 영웅’으로 칭송받던 그는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언제나 부하들과 함께했듯 죽어서도 병사들과 함께했다. 그의 묘지 크기도 일반 사병과 같은 3.3㎡(약 1평)이다. 개인의 삶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전혀 부끄럼이 없는 고귀한 삶을 살아가면서 사회에 대한 헌신과 봉사, 국가에 대한 충성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군인들의 명예가 아닐까. 채 장군의 삶을 보며 우리 군인들이 ‘명예’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길 바란다.

김선영 외교안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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