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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비행 막아라” 항공사들 초비상

입력 : 2015-03-27 19:37:50 수정 : 2015-03-27 23: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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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여객기 ‘고의 추락’ 충격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편명 4U9525) 사고 원인이 부기장 안드레아스 루비츠(28)의 ‘의도적인 추락’ 때문이라는 정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창졸간에 가족 등을 잃은 희생자 유가족의 비탄이 분노로 뒤바뀌고 조종사의 ‘묻지마 비행’을 막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안드레아스 루비츠 (사진=페이스북)
◆“부기장, 18개월 동안 우울증 치료”


A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검찰은 루비츠의 뒤셀도르프 자택을 압수수색한 결과 여객기 추락 당일(24일)자 병가용 의료 진단서를 발견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독일 검찰은 이날 성명에서 “루비츠가 병가를 위해 발급받은 의료 진단서들을 찾았으며 이 중에는 사고 당일을 위한 것도 있었다”며 “사고 당일용 진단서는 찢긴 채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독일 검찰은 이 기록들이 루비츠 부기장이 사측과 동료들에게 자신의 질병을 숨겼을 것이라는 현재까지의 판단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카르스텐 슈포어 루프트한자 최고경영자(CEO)는 26일 “루비츠는 2008년 훈련을 받기 시작한 뒤 기술 및 정신 테스트를 모두 통과해 2013년 부조종사 자격을 얻었다”며 “비행을 하기에 100% 적합한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독일 일간 빌트는 루비츠가 과거 18개월 동안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었으며 독일 연방항공청이 관리하는 그의 신상기록에는 정기적 병원 검진이 필요하다는 ‘SIC’ 코드가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유럽 전문 매체 더로컬은 루비츠가 최근 들어 여자친구와 불화를 겪었다고 소개했다. 수사당국은 그가 인간관계나 금전적·정신적인 면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루비츠는 2009년 미국 피닉스에서 비행 조종 훈련을 받던 당시 ‘조종 불가’ 판정을 받고 훈련을 반복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슈포어 CEO는 “대수로운 일은 아니었다”면서도 ‘의학적 기밀’임을 내세워 정확한 훈련 중단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은 “진단서와 함께 루비츠가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의료기록들도 발견했으나 유언장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재발방지 대책 마련 나선 항공사들


여객기 사고 원인 가운데 조종사에 의한 ‘고의 추락’이 드물기는 하지만 처음 일어난 일은 아니다. 2013년 11월에는 모잠비크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33명이 모두 숨졌는데, 부기장이 화장실에 간 사이 기장이 일부러 기체를 추락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저먼윙스 사고와 꼭 닮았다.

미 연방항공국(FAA)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발생한 2758건의 개인 비행기 사고 중 8건이 ‘자살 비행’으로 분류된다. 이 중 6건은 조종사가 음주했거나 항우울제를 복용한 상태였고, 5건은 조종사가 비행 전 주변에 자살을 암시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단독 자살비행과 달리 승객과 함께 고의로 추락하는 경우는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범죄자의 심리상태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또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정신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며 조종사 심리검사의 허술함을 꼬집었다.

항공사들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국 이지젯과 버진애틀랜틱, 아랍에미리트의 에미리트항공, 독일 에어베를린 등 여러 항공사가 앞으로 운항 시간 동안 조종실에 2명의 승무원이 함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9·11 테러 이후 테러리스트에 의한 여객기 납치를 방지하기 위해 조종실 문을 밖에서 열 수 없게 만든 장치에 대해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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