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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보다 더 큰 난리 청일전쟁으로 독립 잃어"

입력 : 2015-03-28 02:10:12 수정 : 2015-03-28 0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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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청년 이승만 ‘청일전기’ 번역
2015년 오늘에 맞게 풀어 재출간
이승만 엮음/김용삼, 류석춘, 김효선 옮김/북앤피플/2만5000원
쉽게 풀어 쓴 청일전기/이승만 엮음/김용삼, 류석춘, 김효선 옮김/북앤피플/2만5000원


떠오르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는 일본, 그 사이에 낀 한반도. 이런 국제정세는 120년 전과 흡사하다. 다른 게 있다면 대한민국이 번성해 세계 10대 경제국이고 남북이 분단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를 붙들고 있고 러시아가 참견하고 있는 것 또한 120년 전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면 과장인가. 이승만 전 대통령 같은 선견지명이 있는 인물이 향후 동북아시아 형세와 한반도 앞날을 전망한다면 어떤 예측이 나올까.

올해는 청일전쟁(1894∼1895)이 일어난 지 121년 되는 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한성감옥 수감 시절 한글로 번역한 ‘청일전기(淸日戰記)’를 현대 한국어로 옮기고 해제를 붙인 ‘쉽게 풀어 쓴 청일전기’가 출간됐다. 선교사 겸 언론인 앨런(Young J. Allen·1836∼1907)과 중국 언론인 채이강(蔡爾康·1852∼1921)이 함께 펴낸 ‘중동전기본말(中東戰記本末·1897)’을 이승만이 발췌 번역하고 해설을 덧붙였다. 이승만은 1900년대 초 정부 전복을 기도했다는 이유로 독립협회 간부들과 함께 한성감옥에 투옥됐다.

감옥서장 김영선은 이승만을 존경해 글을 쓰도록 허락했다. 이승만은 종이가 없어 영자신문에 원고를 썼다. 이를 함께 수감된 독립협회 간부 정순만이 옮겨 써 세상에 알려졌다. 1917년 미국 하와이 태평양잡지사가 출간했다.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이 출간작업을 이끌었다.

이승만은 1917년 출간된 ‘청일전기’ 서문에서 “조선 역사에서 제일 큰 난리는 임진왜란이요. 수천년 동안 섬에 갇혀 살던 일본은 오랫동안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야욕을 키워오다 임진년에 그 뜻을 시험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 후 일본은 300년 동안 다시 준비하여 갑오전쟁(청일전쟁)으로 그 뜻을 이루었다”고 썼다. 이어 “임진왜란보다 더 큰 난리가 갑오전쟁이요, 한국은 이 전쟁으로 독립도 잃었다. 오늘날 한국이 이렇게 된 원인은 갑오전쟁에서 비롯된다”면서 “독립은 우리 한인의 손으로 회복하고야 말 터인즉 우리 한인이 갑오전쟁의 역사를 모르고 지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국가전복 기도 혐의로 한성감옥에 수감된 이승만 전 대통령.
이승만은 “나라 하나 망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거니와 동서양에 큰 난리를 자기들 손으로 만들어 놓으니 어찌 애달프지 않겠는가”라고 한탄하면서 “청국이 1894년에 자기들보다 국력이 약한 일본에 여지없이 패하고도 오늘날까지 목숨을 부지하는 이유는 자기들의 힘이 넉넉해서가 아니라 각국이 서로 세력을 다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형편을 우리가 자세히 알아서 기회를 잃지 말고 외교와 내치를 잘하면 남들이 우리를 넘겨다보는 행위가 다 막힐 것”이라고 했다.

책에는 전쟁을 전후해 청국과 일본 사이에 오고 간 외교공문을 비롯한 역사적 기록들이 다수 수록돼 있다. 청국 황제 광서제의 선전포고 조칙, 일본 국왕의 선전포고문, 청국 북양대신 리훙장과 일본 대표 이토 히로부미의 시모노세키 협상 대화록 등이 실려 있다.

류석춘 이승만연구원장은 간행사에서 “동북아의 새로운 국제정세가 우리로 하여금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오늘날 상황이 120년 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라는 한민족 내부 변수가 러시아는 물론 미국을 여전히 한반도에 불러들이고 있다”고 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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