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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무법의무유(無法儀無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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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27 21:08:26 수정 : 2015-03-27 21: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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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원칙이 있어야 매사 제대로 굴러가는 법이다. 체제가 다른 국가끼리는 더욱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만 더 큰 성취를 위해 경험을 공유하고, 그 바탕 위에 파이를 나눌 수 있다. 그래서 ‘묵자’는 “천하를 다스리는 이는 법도 없이는 안 되는 것이니(天下從事者 不可以無法儀) 법도가 없으면서 그의 일을 이룩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無法儀而其事能成者無有也).”고 강조했다.

남북 경제협력의 실험장인 개성공단이 다시 난기류에 휩싸였다. 북한이 공단 근로자 임금을 일방적으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하면서다. 북 측은 개성공단 근로자의 월 최저임금을 3월부터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하기 위해 이미 지난해 12월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 중 일부 조항을 개정했다. 비용·편익 분석 등 시장 원리에 맞는 합당한 설명도 없었다. 입주 기업의 애로는 들어 보지도 않고 거위의 배를 갈라 한꺼번에 알을 꺼내 먹겠다는 식으로 인상률을 자의적으로 정한 것이다.

북 측은 공단 운영상의 각종 제도 개선은 당국 간 협의로 결정한다는 애초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임금 인상 통보는 남북 합의에 위배된다. 남북합의서는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임금은 전년도 종업원 최저 임금의 5%를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잖은가.

‘서경’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사람들은 일정한 법도를 지녀 아름다운 덕을 좋아하네(民之秉彛 好是懿德).” 사리가 이러함에도 북 측은 ‘법도 몰각증’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통보한 임금 인상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협의 없는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에 있다. 북이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남북 합의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려는 숨은 뜻을 알기 어렵다. 속내를 솔직히 털어놓고 남 측에 협조를 구하는 게 온당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불통(不通)의 북 측에 대해 국제사회의 어느 누구도 북에 투자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無法儀無有 : ‘법도가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

無 없을 무, 法 법 법, 儀 법도 의, 有 있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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