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종전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늘리고 대출금리도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이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한은이 시중은행에 연 0.5∼1%의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한도가 한 번에 5조원이나 늘어난 것은 1994년 이 제도 도입 후 처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2조5000억원 늘렸고 최근 두 번은 3조원씩 증액했다.
특히 이번 한도 증액은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총 6개 프로그램 가운데 설비투자지원 프로그램 한도를 3조원에서 7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리고, 처음으로 중견기업도 지원대상에 포함시켰다. 윤 부총재보는 “중소기업이 전체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성장 잠재력 확충 효과를 기대하는 데 미흡해서 예외적으로 1년간 중견기업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임대업·숙박업 등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은은 설비투자지원 프로그램 증액으로 시설자금 대출이 16조원 늘어나고 기업 이자비용이 82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형창업지원 프로그램 한도도 3조원에서 5조원으로 증액하고, 이용 실적이 저조했던 신용대출지원 프로그램(한도 1조원)은 폐지했다.
이와 함께 한은은 은행이 중소기업에 더 많은 대출을 해줄 수 있도록 무역금융·설비투자·지방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의 금리를 기존 1.0%에서 0.75%로 내렸다. 지난달 말 현재 금융중개지원대출 잔액은 11조9081억원에 달해 기존 한도가 3조원가량 남아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BNP파리바의 마크 월튼 이코노미스트는 “가계 경제의 악화는 한은의 추가 조치를 부추길 것”이라며 “이르면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경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저금리, 저물가에도 소비심리가 악화되는 것은 고령화로 인한 노후 불안 등의 요인이 크다”면서 “사회보장제도가 정비되고 본질적인 구조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처방만으로는 (경기부양에)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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