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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재의천기누설] 조용한 아침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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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23 20:57:05 수정 : 2015-03-23 20: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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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사랑한 로웰의 저서
로웰의 한을 톰보가 풀어
국내외를 막론하고 프로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도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에게 국민들은 큰 기대를 걸 것이다. 다저스에는 커쇼라는 유명한 투수가 있다. 커쇼는 명왕성을 발견한 톰보라는 천문학자의 손자뻘이 된다. 성이 다르니까 톰보는 커쇼의 종조부가 되겠다.

명왕성은 국제천문연맹의 결정에 따라 2006년 태양계 행성에서 제외됐다. 톰보는 91세의 나이로 1997년 사망했는데 그 소식을 안 들어서 다행(?)이다. 커쇼는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명왕성 퇴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비친 바 있다.

톰보가 1930년에 명왕성을 발견한 곳은 미국 애리조나주의 플랙스탭 시에 있는 로웰 천문대다. 명왕성은 한자로 ‘明王星’이 아니라 ‘冥王星’이니 주의하기 바란다. 명왕성을 뜻하는 영어의 ‘Pluto’는 서양 염라대왕이다. 디즈니 만화영화에서 인간과 가장 친한 개 이름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천문학자 로웰은 애당초 화성을 연구하려고 천문대를 세웠다. 천문학자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화성을 짝사랑했을까? 화성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행성이어서 그렇다고 대답하면 이는 틀린 것이다. 지구의 이웃 두 행성 중 금성이 화성보다 지구에 더 가까이 접근하기 때문이다.

화성이 인류의 관심을 끌어온 이유는 무엇보다도 여러 면에서 지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화성의 하루는 약 24시간 40분으로 우리 지구의 경우보다 겨우 40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뿐 아니라 공전궤도면에 대한 자전축의 경사각도가 24도로 우리 지구의 경사각 23.5도와 놀라우리만큼 비슷하다. 또한 희박하나마 대기도 존재하고 사계절의 변화가 지구에서 관측되기도 한다.

눈으로 보면 화성은 정말로 붉게 보인다. 그 이유는 표면이 산화철, 즉 녹슨 쇳가루로 덮여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5개 행성 중 붉게 보이는 것은 오로지 화성뿐이다. 마르스(Mars)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신 아레스(Ares)의 또 다른 이름임을 감안하면 고대 서양 사람들은 붉은 화성을 보고 흉흉한 전쟁을 생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성을 연구하던 로웰이 19세기 말 조선을 방문했다. 조선은 한자로 ‘朝鮮’이니 글자 그대로 아침이 아름다운 나라란 뜻이다. 로웰도 안개 속의 초가집들을 보고 조선을 ‘조용한 아침의 나라’, 영어로 ‘The Land of Morning Calm’으로 표현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인도의 타고르가 한 것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 타고르는 우리나라를 ‘The Lamp of the East’, 즉 ‘동방의 등불’이라고 했다.

로웰이 미국에서 1885년에 저서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출판하면서 우리나라의 별명이 됐다. 대한항공의 잡지 이름 ‘Morning Calm’ 역시 이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로 천문학자인 고 조경철 박사가 그 책을 번역했다. 그는 로웰 천문대의 창고에서 대한제국 고종 황제 사진을 발견해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로웰이 살던 때에는 해왕성까지만 존재가 알려졌었다. 그는 해왕성 밖의 새로운 행성을 찾는 일에도 매우 강한 집념을 보였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로웰을 돕던 24세 청년 톰보가 1930년 바로 로웰 천문대에서 명왕성을 발견해 한을 풀어줬던 것이다.

로웰이 연구한 화성은 지구에 접근했을 때 가장 잘 보인다. 더 크게 보일 뿐만 아니라 자정 무렵 남쪽 하늘 높이 뜨게 된다. 이는 물론 지구를 중심으로 화성이 해의 정반대 방향에 있기 때문이다. 화성은 지구에 대략 2년마다 접근한다. 웰스가 1898년에 발표한 SF ‘우주전쟁’에서 화성이 지구에 접근한 1894년 화성인들이 쳐들어온다.

이 소설에서 문어처럼 생긴 흉측한 화성인들은 첨단무기들을 이용해 지구를 쑥밭으로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아무런 해가 없는 박테리아 때문에 전멸 당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이후 문어처럼 생긴 화성인의 침공을 다룬 SF가 쏟아져 나오게 됐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시청자 여러분, 댄스뮤직 정규방송을 잠시 중단하고 뉴스 속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7000명의 군인들이 화성에서 쳐들어온 침략자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펜실베이니아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통신회선이 끊어졌고 일부 철도들이 파괴돼 뉴욕과 필라델피아를 잇는 열차도 끊겼습니다. …”

이것은 미국의 CBS가 1938년에 방송한 라디오 연속극 ‘우주전쟁’의 내용이다. 방송을 들은 사람들이 실제상황인 줄 알고 황급히 대피하는 등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방송 녹음을 포함한 자세한 내용은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핀란드 여성 따루와 내가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넷 과학방송 ‘별밤 오디세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결코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니라고 한 따루의 조크가 떠오른다.

이후 ‘우주전쟁’은 영화로 여러 차례 제작됐는데 가장 최근 것은 톰 크루즈가 주연했다. ‘우주전쟁’을 패러디한 영화로는 팀 버튼 감독의 ‘화성침공’이 돋보인다. 이 영화에서는 박테리아 대신 옛날 노래들이 화성인들을 제거한다. 이런 식이라면 화성인들이 우리나라를 침공했을 때에는 트로트 가요를 틀어주면 된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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